자산규모 상위 8개 밴사, 가맹점에 168억 리베이트 제공해와

금융당국 감독에도 불구하고 밴사(부가통신업자)와 소속 대리점에서 가맹점에 리베이트 조건을 제시하는 불법적 리베이트 지급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뉴스1

 

금융당국 감독에도 불구하고 VAN사(부가통신업자)와 밴대리점에서 가맹점에 리베이트 조건을 제시하는 불법적 리베이트 지급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해당 리베이트 관행이 카드사 비용 증가로 이어져 가맹점 카드 결제 수수료를 인상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밴사는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서 신용카드 거래의 조회와 승인, 매출전표 매입 등 신용카드 거래를 중계하는 서비스를 하며 수수료 이익을 얻는 업체다.

28일 금감원은 지난달 20일까지 자산규모 상위 8개 밴사(전체 시장 점유율 81.6%)를 상대로 점검한 결과 밴사의 불법적 리베이트 제공 관행이 시장에서 성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이 리베이트 수수 혐의를 발견해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밴사는 총 5사다. 또 13개 대형 가맹점에 대해서도 불법 리베이트를 받거나 요구한 사실이 발견해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적발된 밴사들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대형 가맹점을 상대로 거래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프로그램 제작비나 유지보수비 등 명목으로 총 168억800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해왔다. 발각된 회사당 리베이트 비용으로 24억1000원을 지급했다. 

한 밴사는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한 유통업체와 지속적인 거래관계를 유지하고자 '데이터 전송에 필요한 프로그램 제작 및 유지보수비' 등 명목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 7억8300만원을 지급했다.

반대로 대형 가맹점이 리베이트를 요구한 가맹점도 있었다. 한 가맹점은 3개 밴사에 각각의 신용카드 결제 건수에 비례해 총 7억원의 리베이트를 요구했다. 

애초 정부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개정하며 가맹점에 대한 리베이트 제공 금지 기준도 대폭 강화한 바 있다. 관련 법령은 연 매출이 3억원을 초과하는 대형 가맹점이 밴사 및 대리점으로부터 리베이트를 수수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관련 법령이 무용지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영석 금감원 여신전문검사실장은 "밴 업체는 대리점 영업을 통해 가맹점을 모집하고 카드단말기를 설치해준다. 이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수수하는 게 그동안 업계 관행이 됐다"며 "일부 가맹점은 신용카드 거래를 이유로 리베이트를 받거나 요구하는 것이 위법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2014년부터 밴사의 불법적 리베이트 제공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관련 조직과 인력을 보강하고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정 실장은 "2014년 이후 밴사 관련 전담 감독(4명)과 검사팀(4명)을 신설하고 관련 인력을 지속 증원했다"며 "기존 8명이던 인원을 10명으로 추가 증원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이런 노력에도 밴사와 소속 밴대리점에서 먼저 리베이트 조건을 제시하는 탈법·우회적 리베이트 지급 관행이 잔존해온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 실장은 "밴사의 리베이트 제공 등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현장 점검을 지속 실시할 계획"이라며 "제보 신고 사항에 대한 분석 등을 통해 상시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밴사 제재수단을 확대해도 개선까지는 일정 기간이 소요될 것이고 보고 있다. 이에 불법적 리베이트가 쉽게 근절되기 어렵다고 전망하고 있다. 가맹점 중에 관련 리베이트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리베이트 제공을 명시하는 계약서에 사인하는 경우도 많아 리베이트 자율규제도 마련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정 실장은 "금감원은 가맹점과 밴대리점간 체결하는 '밴서비스 계약서'에 리베이트 제공이 법위반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기재하도록 했다"며 "가맹점에 대해서는 '리베이트 금지 설명을 들었으며, 리베이트를 수수하지 않았다'는 클린서약서를 (계약 시) 징구도록 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한 소상공인연합회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공동으로 가맹점 준법 인식제고 노력을 위한 홍보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각 가맹점에 리베이트 금지 관련 안내사항을 작성, 전파하고 예비 가맹점에 대한 교육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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