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표류…사업 2년 밀려 2020년에나 입주

자료 국토교통부

 

저소득층 주거난 해결을 위해 2008년 시행된 보금자리주택(현 공공분양주택)이 줄어든 예산으로 10 넘게 표류하고 있다. 2011년 3조원 이상 책정됐던 보금자리주택 예산이 2017년 1964억원으로 급감하며 사업 완료 시점이 당초 2018년에서 2020년으로 2년이나 밀리게 됐다. 보금자리주택에 청약하지 못한 4236세대는 2020년까지 기다려야만 보금자리주택에 입주할 수 있게 됐다. 

보금자리주택은 '보금자리주택 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정부가 서민의 주거안정과 주거수준 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건설하는 국민주택규모(전용면적 85㎡) 이하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이다. 2009~2018년 중소형 분양주택 70만 가구와 임대주택 80만 가구 등 총 150만 가구를 공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2013년부터 사업승인 및 청약시기를 조정해 보금자리지구 내 분양주택의 공급물량을 축소했다. 보금자리주택이 줄어든 자리에 행복주택 등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지원이 들어섰다.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본격 지원하던 2013년 보금자리주택 예산은 107억원으로 사업 예산이 절정에 달했던 2011년 3조1495억원에 비해 99%나 줄었다. 

◇줄어든 예산 탓에 사업 진행 차질... 입주 늦어진 국민은 ‘발만 동동’

정부가 분양보다 임대 방식을 선호하다보니 보금자리주택 예산이 줄었다. 정부는 2003년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대책을 통해 10년간 국민임대주택 100만호 건설을 목표로 내세웠다. 그러나 2008년 보금자리주택 건설 방안에 따라 예산 지원은 공공임대주택에서 보금자리주택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2013년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 대책을 발표하며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의 일종인 행복주택 2017년 예산은 2조5069억원(출자 1조1263억원, 융자 1조3806억원)이다. 이와 함께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까지 합세하자 공공분양주택인 보금자리주택의 설 자리가 더 좁아졌다. 

사전예약 당첨자 4236가구가 문제다. 당초 이들은 2011~2014년 본 청약하기로 예정됐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사전예약자들은 본 청약하지 못하고 있다. 사업시행자인 LH,SH,경기도시공사는 2016~2018년 본 청약을 완료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초 계획보다 4년이 밀렸다. 정부는 올해 본 청약 시작을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9월까지 사전예약자들을 상대로 한 본 청약은 이뤄지지 않았다. 

LH 한국토지주택공사는 10월이 되어서야 사전예약가구 306호에 대한 본 청약을 실시했다. 본 청약 후 주택 완공까지 2~3년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사전예약자 입주는 2020년 전후에야 가능하다. 

사전예약 당첨자들은 유주택자가 되거나 다른 분양주택에 당첨되면 본 청약 자격이 박탈되는 탓에 2020년까지 보금자리주택만 바라봐야 한다. 이들은 계속 미뤄지는 본 청약 예정 시기와 준공·입주에도 다른 집을 살수도 분양을 신청할 수도 없는 것이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 선호 때문에 애먼 국민은 불안정한 주거상태 속에 놓이고 말았다.

국회 예산정책처 예산안 분석에서 국토위는 “2013년부터 사업승인 및 청약시기를 조정하여 보금자리지구 내 분양주택의 공급물량을 축소하고 대신 행복주택 등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을 확대하기 시작하였다”며 “그 결과 2011년 3조1495억원까지 늘던 보금자리주택(분양) 예산은 2013년 이후 급격히 줄었고 사전예약이 진행된 지구에서 사업 이 지연되고 있다”고 적었다.

◇사전청약 시기보다 분양가는 더 높아져

물가·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하여 사전청약 시(2008~2010년) 공고된 추정 분양가와 향후 본 청약 시점(2016~2018년)의 분양가 차이도 문제다. 본 청약이 밀린 4236 가구는 늦은 입주와 높아진 분양가라는 이중고를 맞닥뜨리게 됐다. 

예산안 분석에서 국토위는 “2009~2010년에 사전예약이 이루어진 보금자리주택 총 2만1997세대 중 4236세대는 2016년 9월까지 본청약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물가·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하여 사전예약시(2008~2010년) 공고된 추정 분양가와 향후 본청약 시(2016~2018년)의 분양가의 차이로 인한 갈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국토교통부는 조속히 개선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높아진 분양가에 대한 예정처의 지적에 “가격 결정은 본 청약 지연으로 인한 사전예약자의 고충을 고려하는 한편, 해당 블록의 실제 분양 시점에 일반 청약자와 가격 형평성·물가변동·주변시세 등 여건 변화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업시행자(LH, SH, 경기도시공사)가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보금자리주택 건설을 위한 예산도 비효율적으로 일찍 배분됐다. 국토부는 사업시행자(LH, SH, 경기도시공사)에​에게 4년간 매년 총예산의 20~30%가량을 융자한다. 사업 마지막해인 4년 차 예산 30%는 사업 완료 뒤 융자한다. 

이에 보금자리주택 4236호 건설 예산 2684억원 중 70%에 해당하는 1879억원은 2012년에 이미 사업시행자에게 모두 지원했다. 나머지 30%인 805억원만 미지급 상태다. 보금자리주택에 쓸 돈은 이제 805억원 밖에 남지 않았다.  

LH 관계자는 “사업 초기인 2008년 사업 계획이 미완성 상태였다. 그래서 보금자리주택 사업 계획이 취소되거나 지연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며 “그 뒤 보상, 철거 등 문제가 생겨 사업이 늦어졌다. 공사는 최대한 빨리 주택을 공급하고 싶은 심정”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LH는 사전예약자들에게 사전에 약속한 분양가대로 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기다린 이들에 대한 보상으로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정부는 주택 가격 안정보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통한 경기 부양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민간임대주택 활성화만 봐도 알 수 있듯 보금자리주택은 정부 정책 방향과 완전히 다르다”며 “정부는 보상 등 다른 사유로 사업이 밀리고 있다고 하지만 결국 정부가 저렴한 주택을 공급할 뜻이 없는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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