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 당시 22개 기관투자자 중 유일하게 부정적 보고서 내
주진형 전 한화증권 대표가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당시) 국민연금공단 의결권행사 전문위원이 '청와대의 뜻'이라고 말하더라"고 밝혔다.
주 전 대표는 25일 MBC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히며 "당시 왜 청와대가 그런 무리한 일에 개입할까 이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국민연금 찬성 결정에 대해 "누가 보기에도 구 삼성물산한테는 불리했다"며 "너무도 이상했다"고 밝혔다. 이어 "자기들도 구 삼성물산 평가가 당시 합병 비율보다 거의 30% 비싸야 한다고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주 전 대표는 한화증권 재직 당시 국내 기관투자자 22곳 중 유일하게 삼성물산 합병에 부정적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이 보고서로 주 전 대표는 그룹 경영진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았다. 그는 당시 부정적 보고서를 작성한 배경에 대해 "구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너무 불리한 조건으로 합병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은 지난해 5월 합병안을 발표하며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 합병비율을 1 대 0.35로 정했다. 이에 대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 일부 소액주주 등은 삼성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일가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합병비율을 정했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합병 이전 총수일가는 제일모직 지분 42.19%를 보유한데 비해, 구 삼성물산 지분은 1.41%를 갖고 있었다. 두 그룹 간 합병이 구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06%에 대한 총수일가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지난 5월 구 삼성물산 주주들이 제기한 주식매수가격결정 신청 사건에서 서울고법도 합병비율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주 전 대표는 "우리나라는 합병비율을 다른 나라와 달리 '한 달 전 평균 가격', '일주일 전 평균 가격', '발표하는 날 가격' 등을 합산해서 기계적으로 가격을 정한다"며 "단기간에 가격이 지나치게 높거나 낮을 경우 그 가격을 그대로 쓰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삼성물산 합병안 발표 이전 구 삼성물산은 지속적으로 주가가 하락했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 재판부는 주가가 경영진에 의해 낮게 관리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총수일가가 제일모직 지분을 많이 보유한 만큼 구 삼성물산 주가가 낮을수록 합병비율 산정에 유리한 상황이었다.
주 전 대표는 "(투자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합병할 때 또 시너지가 난다는 삼성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고 다른 고려는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난다"며 "해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더 이상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삼성이 당시 합병 이유로 들었던 '시너지 효과'에 대해선 "없다고 봐야 한다"고 단언했다. 주 전 대표는 "구 삼성물산은 이익의 80%를 건설에서 냈다. 제일모직도 조금 수준이 낮은 건설사업이 있었다"며 "두 개를 합쳐 시너지를 낸다는 건 사실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합병으로 시너지가 난다는 얘기는 (합병) 1년이 지났지만 사람들한테 들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