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대출에 DTI를 적용하는 격”…주택경기 하강에 공공주택용지 과다 매입도 부담
잔금대출까지 소득심사가 강화되면서 중소건설사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실상 전체 집단대출 심사가 강화되면서 분양시장 수요자 위축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중소건설사의 높은 주택시장 의존도, 과도한 공공주택용지 매입이 중소건설사 경영여건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새 아파트 잔금대출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방안을 24일 발표했다.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후속조치다. 아파트를 분양받은 청약당첨자는 은행에서 집단대출을 받는다. 분양대금의 10%를 계약금으로 대금의 60~70%를 중도금 대출로 상환한다. 입주시점에 나머지 20~30% 대금을 잔금대출로 전환해 납부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수분양자가 잔금대출 시 차주의 소득심사 강화, 원리금 납부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1금융권은 물론 2금융권도 대책적용 대상이다.
중소건설사들은 이번 대책에 대해 ‘올 것이 왔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주택담보대출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도입되는 등 부동산 규제책이 연속으로 나왔다. '더 강한 규제책을 어느정도 예상했다'는 업계 분위기다.
김형범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관리본부 차장은 “지난 1월부터 시작된 주택담보대출 여신심사가이드라인 강화, 올 6월 들어 부분보증 등 각종 규제책이 나오면서 업계에 ‘올해 말쯤 더 강력한 규제가 나오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다만 11.3 부동산 대책 이후 너무 강력한 규제책이 나와버렸다”고 말했다.
중소건설사들은 잔금대출에 대책적용이 한정됐지만 집단대출 전체를 은행에서 받기 어려워진다는 입장이다. 내년부터 은행이 수분양자에게 잔금대출 실행 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게 된다. 이때 집단대출은 받았지만 잔금대출 심사를 수분양자가 거절 당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은행 측이 집단대출 최초 실행시점에서 심사 자체를 깐깐하게 할 수 밖에 없다고 중소건설사들은 전망한다.
최근 건설업계 차원에서 시중은행에서 집단대출을 얻기가 어려워졌다. 이에 대다수 중소건설사는 1금융권을 넘어 2금융권과 상호금융권에서 집단대출을 받고 있다. 그나마도 대형건설사가 받는 집단대출 금리인 4~5% 대비 1~2%포인트 높은 이자율이다. 이번 대책을 통해 신용도가 대형건설사 대비 낮은 중소건설사의 집단대출 가뭄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한 중소건설사 관계자는 “이번 잔금대출 심사강화는 DSR 도입 등으로 집단대출에 총부채상환비율(DTI)를 적용하는 격”이라며 “브랜드 지명도 등으로 신용도가 낮은 중소건설사가 집단대출을 받기가 이전보다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저축은행 측도 이번 대책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 한 저축은행 기업 여신담당자는“이번 대책은 기존과 달리 2금융권도 겨낭했다. 최근들어 금융당국이 2금융권 집단대출 관리방안을 공언한 것의 연장선상이다”며 “이전보다 중소건설사 대상 집단대출을 깐깐하게 심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으로 인한 실적악화 또한 중소건설사들은 우려한다. 11.3 대책과 더불어 은행의 금융지원 방안도 축소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청약시장 수요가 줄면서 분양시장 경기 하강을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3 대책 발표 이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 주택시장 바로미터인 서울 강남권역(서초·송파·강남·양천) 소재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같은 기간 0.08%에서 0.02%로 절반 이상 줄었다.
또 다른 중소건설사 관계자는 “중소건설사는 사업영역이 넓지 않다. 관급공사를 수주하는 건설사도 있지만 극소수다. 해외현장에 진출할 수 있는 역량도 부족하다. 대다수 기업이 국내주택 분양사업에 기업 재무제표가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대형건설사는 해외‧관급공사 등으로 사업영역을 다변화할 수 있다. 중소건설사에게 주택경기 하강은 치명타일 수 밖에 없다.”
중소건설사들이 공공주택용지를 매입하려 무리하게 자금을 융통한 것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지난 3년 간 중소건설사들의 공공주택용지 당첨비율이 증가했다. 지난해부터 택지개발 촉진법이 폐지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공공주택용지를 매입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정성호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중견건설업체의 공동주택용지 당첨비율은 ▲2013년 45.1% ▲2014년 47.1% ▲2015년 56.3%로 매년 늘었다. 소형건설사를 포함할 경우 당첨비율은 더 높아진다. 2013년 해외건설 부실로 대형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공공주택용지 참여비율을 높였다. 그럼에도 중소건설사의 공공주택용지 매입비율이 과반을 넘겼다.
중소건설사가 공공주택용지를 공격적으로 매입하면서 재무 위험도가 증가했다. 서울신용평가가 지난 21일 발간한 ‘주택시장 변화와 건설사별 영향’에 따르면 중형건설사들의 단기차입금이 큰폭으로 증가했다. 이는 우발채무 증가와 더불어 재무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형건설사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요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대다수 소형건설사 역시 해당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윤영환 서울신용평가사 신용평가본부장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중소건설사가 차입금을 크게 늘리면서 공공주택용지를 매입하고 있다. (공공주택용지 구입에 있어) 버블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