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그룹 중 삼성·SK·롯데 수사대상…확대 움직임에 '침통'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제3자 뇌물죄 적용을 위해 기업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5대 그룹 중 삼성·SK·롯데가 이미 수사 선상에 올랐다.  수사의 방향이 박근혜 정부와 기업들 간의 부당거래 규명으로 옮겨갔다. 뒤이어 예정된 특검과 국회 국정조사도 뇌물죄 규명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재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주요 그룹과 관련해선 삼성물산 합병 의혹과 SK·롯데의 면세점 의혹을 수사 중이다. 이들 그룹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내고 최순실씨나 K스포츠재단에 추가 지원하면서 정부로부터 경영과 관련한 특혜를 받았는 지가 핵심이다.

 

삼성은 검찰의 최우선 수사 대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3일 검찰에 불려 나와 조사를 받았다. 또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등 그룹 최고위층도 검찰에 불려 나왔다. 서울 서초동 서초사옥은 세 차례나 압수수색당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그룹 2인자인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집무실 등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포함됐다. 

 

국민연금공단은 구(합병 전) 삼성물산의 2대 주주로 합병 과정에서 삼성 총수일가에 유리한 투자를 하고 합병에도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의 지원이 없었다면 합병안은 무산될 상황이었다. 해외 주주들과 국내 일부 소액 주주들은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이 총수일가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을 들어 거세게 반발했다. 삼성은 이 같은 반발을 뚫고 지난해 지난해 7월 17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을 가까스로 통과시켰다. 이 합병으로 이재용 등 총수일가는 구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 4.06%에 대한 지배력을 높였다.


◆삼성물산 합병·면세점 정책 변경 SK·롯데 대가성 의혹 수사

 

검찰은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정부와 삼성 간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합병안 통과 1주 후인 7월 24일 박 대통령과 독대했다. 검찰이 당시 독대에서 이와 관련한 구체적 대화가 있었던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합병 당시 관련자였던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 이사장), 최광 전 국민연금 이사장,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을 불러 의사결정 과정과 청와대 개입 여부 등을 조사했다.

 

지난해 8월 최순실씨가 독일에 설립한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 운영과 관련해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 대외협력담당 사장 등 삼성 관계자들은 독일로 출국했다. 이에 앞서 삼성은 지난해 3월 한화가 맡고 있던 승마협회 회장사를 넘겨받았다. 박 사장 등은 독일에서 코레스포츠 운영 등에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이후 9월과 10월 코레스포츠에 280만 유로(약 35억원)를 송금했다. 또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에 설립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총 204억원을 출연했다.

 

삼성에 이어 면세점 사업과 관련해 재계 3위와 5위인 SK와 롯데도 대가성 수사 명단에 올랐다. 이들 두 그룹은 지난해 11월 서울시내 면세점 재승인 심사에서 SK워커힐면세점과 롯데월드타워면세점의 특허권을 잃었다. 두 면세점이 각각 23년간 운영했다는 점과 미래 먹거리로 인식됐다는 점에서 특허권 상실은 두 그룹으로선 뼈아팠다. 두 면세점은 각각 지난 5월과 6월 폐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면세점 특허권이 과거 10년에서 5년으로 준 점을 거세게 비난했다. 이후 정부의 면세점 규제 완화는 속도를 냈다. 3월 면세점 특허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기로 한데 이어 4월엔 서울시내에 면세점 4곳을 추가로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인 관광객 특수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업계에선 정부가 사실상 SK와 롯데를 구제해주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 지난해 11월 면세점 특허권을 따낸 업체들은 시장 과열을 이유로 거세게 반발했지만 정부는 다음 달 심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검찰은 정부가 서울시내 면세점 추가 선정 계획을 발표하기 이전인 올해 2월과 3월 박 대통령이 최태원 SK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독대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독대에서 양측이 면세점과 관련한 모종의 대화가 오고 간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실제 박 대통령은 신 회장을 독대한 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에게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75억원을 내기로 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 검찰 조사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K스포츠재단은 이후 SK와 롯데에 경기도 하남 체육시설 건립과 관련해 각각 80억원과 75억원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두 그룹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각각 111억원과 45억원을 출연하기도 했다. K스포츠재단의 요청에 대해 SK는 사업성을 이유로 거절했다가 추후 30억원으로 역제안했으나 추가지원은 무산됐다. 롯데는 70억원을 건넸다가 검찰 압수수색 직전인 6월 돌려받았다. 

 

재계와 법조계 일각에선 두 그룹의 상반된 태도가 면세점 사업에 대한 사업 비중에 기인한 것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워커힐면세점과 월드타워 면세점은 지난해 매출이 각각 2874억원과 6112억원이었다. 하지만 월드타워면세점의 경우 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총력을 기울이는 잠실 월드타워 연계 관광 프로그램에 포함돼 있어 그룹 입장에선 쉽게 포기하기 힘든 입장이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25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롯데의 경우 당초 지난 20일 발표된 검찰의 중간수사결과에선 피해자로 적시돼 있었다. 하지만 뇌물죄 수사가 본격화되며 사실상 뇌물공여자로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 검찰은 24일 SK와 롯데에 대한 압수수색시 영장에 최씨와 안 전 수석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기재했다. 앞서 중간수사결과 발표 당시에도 일단 최씨 등을 일단 직권남용죄·강요죄 등으로 기소하되 추가 수사를 통해 대가성이 밝혀질 경우 제3자 뇌물죄로 공소장을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특검 전 뇌물죄 협의 입증 총력"

 

검찰은 현재 박 대통령 등에 대한 뇌물죄 입증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선 돈을 건넨 기업들과 박 대통령 간 대가에 대한 논의가 오고갔다는 점이 확인이 돼야 한다. 특검이 최소 2주 내에 가동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검찰은 특검에 사건을 넘기기 전까지 뇌물죄 수사에 집중할 예정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특검이 (시작되는) 그날까지 최대한 수사를 하겠다는 입장은 일관된다"며 "특검 전 마무리하겠다는 원칙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검찰이 특검의 개시 이전에 뇌물죄 혐의 입증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은 스스로 수사를 제일 잘한다고 자부한다. 그런 검찰이 이번 사건의 핵심인 뇌물죄 입증 성과를 특검에 넘기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계 입장에선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은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강공 모드로 일관하고 있다. 재계단체 관계자는 "어디까지 수사가 확대될지 지켜볼 뿐"이라고 말했다. 평소 검찰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온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검찰 수사를 칭찬했다. 박 위원장은 25일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아주 수사를 잘하고 있다. 검찰이 더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특검 수사를 마지막 순간에 할수록 기한을 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달 초중반 활동을 시작할 특검도 검찰과 마찬가지로 뇌물죄 수사에 최우선 가치를 둘 것으로 보인다. 법으로 정한 특검 활동기간(최대 120일) 동안 재계로서는 또다시 총수들의 줄소환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이 박 대통령과 재벌 간의 정경유착 사건이라는 것이 야당의 시각이다. 야당은 특검 후보 2인 추천권을 갖고 있는 만큼 임명될 특검도 이 같은 시각에 동의하는 인사가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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