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태 여파로 은산분리 법안 국회서 좌초…인터넷 전문은행 출범도 미뤄질 듯
창조경제 정책과 인터넷전문은행 선정 과정에 정권 비선 실세가 개입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핀테크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2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은산분리 완화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그동안 추진해 온 사업들도 위기를 맞고 있다.
한 수도권 소재 대학 교수는 “정권 초기에 핀테크를 육성하겠다고 한 지가 몇 년이 지났는데 지금 잘 된 업체가 어디 있는가”라며 “중요한 미래 먹거리인 핀테크 산업이 정권 실세가 개입하면서 망가졌다”고 말했다.
금융(finance)과 기술(tech)이 결합한 용어인 핀테크(Fintech) 사업은 크게 두 줄기로 진행돼 왔다. 2015년 10월 예비인가 발표가 난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을 추진하는 것과 모바일 핀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산업자본인 ICT(정보통신기술) 업계의 금융업 진출을 허용하는 은산분리 완화 법안이 좌초되면서 본인가 심사를 준비하던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은 다시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카카오와 KT는 산업자본인 IT기업이라 현재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을 사실상 이끌고 있는데도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한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 관계자는 “은산분리 완화 문제가 해결되면 연내 서비스 출시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특히 중국 알리바바나 바이두, 텐센트 같은 IT대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면서 국내 서비스도 가속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정무위원회 내 여야 의원 5명은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 한도를 34%에서 50%까지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의원들 간 입장차이로 해당 법안들은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정치권에선 최순실 사태로 인한 여파로 인터넷전문은행 정식 출범이나 은산분리 완화 법안 통과가 2017년까지 미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예비인가를 받은 KT컨소시엄 K-뱅크는 이동수 전 마케팅 전무가 비선실세 최순실, 차은택 씨와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논란의 중심이 됐다.
더욱 문제는 창조경제와 맞물려 신사업으로 주목을 받았던 핀테크 업계가 침체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핀테크 산업은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관광객들이 공인인증서 때문에 천송이 코트를 못 사고 있다”고 발언한 후 차세대 먹거리로 통했다.
하지만 한 핀테크 업체 대표는 “그 이후로 몇 년간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된 게 없다”고 토로했다. 수년간 핀테크 업계는 은행법, 대부업법, 전자금융거래법, 외국환 거래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전자서명법 등 다양한 금융 규제 법안에 대한 개정을 요구해왔다.
이중 공인인증서 등 복잡한 보인확인 절차 없이 핀테크 서비스 결제를 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기존 결제 서비스를 위해서는 일일이 시중 은행 결제를 통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금융결제원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픈API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오픈 API를 통하면 각 은행이 일일이 핀테크 업체에 대한 결제를 승인해주지 않아도 결제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 오픈API를 이용해 서비스 결제를 진행할 경우 사용자가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 금융결제원 앱(App)이나 웹사이트에 가입해야 했다.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창조경제 산업이라고 지원해주는 건 중요하지 않다”면서 “대통령이 핀테크 얘기를 꺼내기 전에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회사들이 규제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정작 필요한 조치는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