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기대감 대비 실적 저조…주가 수준은 매력적
건설 경기 회복 기대를 한몸에 받던 건자재주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늘어난 공동주택 분양 물량에 건자재 시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임에도 제품가 하락 등으로 업종 전반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연이어 부동산 규제책을 꺼내들면서 건자재 업종 투자자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전문가들은 건자재 업종 중에서도 실적 대비 저평가된 종목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건설 경기 회복이 올해에는 건자재 업종에 대한 기대로 넘어왔다. 일반적으로 착공 후 6개월까지는 골조 공사로 인해 시멘트, 콘트리트파일 등 착공재 업체들이 수혜를 받는다. 착공 12개월이 지나 골조 공사가 끝이 나면 창호와 석고보드 등 중간재 기업들의 이익이 성장하고 2년이 지난 시점에서는 바닥재, 페인트 등 마감재 업체 매출이 늘어난다.
실제 지난해부터 부동산 관련 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건자재 업종의 주가 회복에 대한 신호가 나왔다. 건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 착공 면적은 2014년보다 38.3% 증가했다. 착공 면적이 넓을 수록 필요한 건축 자재가 많아져 건자재 업체들엔 호재다. 올해 상반기 착공한 신규 주택도 29만9000호로 지난해 28만9000호 대비 3.7% 늘어 건자재 업종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진 상태다.
착공이 늘었지만 건자재 업종 주가는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시멘트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쌍용양회 주가는 24일 종가 기준 1만6550원으로 연고점인 4월 29일 종가 2만773원 보다 20.3% 하락했다. 시멘트 점유율 2위인 한일시멘트 24일 주가 역시 연고점 11만9500원 대비 40.5% 떨어진 7만1100원을 기록했다.
4월 상장한 콘크리트파일 시장점유율 2위 업체 동양파일은 24일 7850원으로 사상 최저가에 근접했다. 레미콘 업체인 유진기업은 8월 24일 장중 5860원으로 연고점을 기록하는 상승세를 보였지만 오래지 않아 24일 4740원으로 떨어졌다. 중간재와 마감재를 공급하는 LG하우시스는 같은 날 장중 9만1200만원으로 연저점에 가까이 다가섰다. 중간재와 마감재를 공급하는 KCC 역시 8월 43만원대였지만 11월들어 30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이처럼 건자재 업종 주가가 쉽사리 오르지 못하고 있는 데는 업계 기대치보다 낮게 나온 실적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중 시멘트 업종은 대다수 종목의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적게 나왔다. 쌍용양회는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이 5.2% 늘어나는데 그쳤고 한일시멘트, 성신양회, 아시아시멘트는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이 각각 29.7%, 2.4%, 4.4% 떨어지는 등 저조한 성적을 냈다. 지난해 건자재 경기가 좋지 않았던 걸 감안하면 아쉬운 실적이다. 동양시멘트만이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160.5% 늘었지만 래미콘 업체인 삼표와의 합병 효과로 인한 것이다.
건자재 업종 대장주라 할 수 있는 LG하우시스는 3분기 매출이 719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36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8% 감소했다. KCC 역시 3분기 영업이익이 98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 감소했다. 유진기업만이 3분기 매출 2618억원, 영업이익 23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8.9%, 57% 증가했다.
결론적으로는 시멘트 사업과 중간재 사업은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친 반면 레미콘 사업은 선방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특히 시멘트 실적이 좋지 못했던 데는 판매 단가 하락이 컸다.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6만9000원이었던 시멘트 단가가 3분기들어 평균 6만6389원으로 3% 이상 하락했다. 시멘트 총 생산량은 지난해 3분기 930만톤에서 올해 3분기 970만톤으로 크게 늘었지만 공급 과잉으로 인해 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반대로 시멘트를 원재료로 이용하는 레미콘 사업은 원가 하락으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문제는 앞으로도 건자재 업종에 대한 실적 개선과 투자 심리를 이끌어내기에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칼을 꺼내들었다. 이달 3일에는 서울 강남권 4개구인 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와 과천, 부산, 세종시 등을 이른바 청약 제도 조정지역으로 지정하고 청약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24일에는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후속조치로 아파트 잔금대출 때도 분할상환을 도입하는 등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수요자들의 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면 재건축 등으로 인한 신규 착공 등 주택 경기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건자재 업종 주가에 대한 긍정적인 부분도 존재한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양회업계 손익에 핵심 요소는 가격이다. 예상보다 손익 악화폭이 커지 고 손익구조 정상화까지의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며 “다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4배의 극심한 저평가 구간이다. 성장 동력 부재에도 불구, 밸류에이션 매력으로 단기 반등의 가능성은 높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