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모델보다 최대 40% 비싸도 판매량 두자리수 증가…벤츠 AMG·BMW M시리즈·카마로 SS 등 판매 호조
삼성전자가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하는 등 자동차 시장이 변혁의 시기를 맞으면서 완성차 업체가 고성능 모델 출시로 패권 수호에 나서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나 전기차와 같은 미래 자동차 개발을 유지하는 동시에 자동차 본연의 매력인 달리기 능력 강화 모델 출시로 비교 우위에 서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증가세가 완만해진 연간 판매량도 완성차 업체의 고성능 모델 라인업 확대를 이끌고 있다. 고성능차와 같은 차별화 모델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다. 실제로 고성능 차량은 일반 모델과 비교해 최대 40%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차별화된 주행 성능과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판매량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수입차 시장은 누적 등록 대수 160만대를 눈앞에 두고 있어 과거와 같이 연 20~30%대 성장세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 올해 수입차 시장은 전년 대비 6%가량 역성장했다. 이에 완성차 업체는 고성능 차량을 출시해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한편 상대적으로 비싼 판매가격을 바탕으로 영업이익률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2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수입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5.5% 감소했지만 고성능차 판매량은 오히려 늘었다. 지난달까지 BMW(M), 미니(JCW), 아우디(S), 메르세데스벤츠(AMG), 캐딜락(V), 레인지로버(SVR) 등 고성능차 브랜드를 별도로 보유한 수입차의 판매량은 319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0% 넘게 증가했다.
신차 출시로 고성능 라인업을 탄탄히 한 벤츠 고성능차 브랜드 AMG도 판매량 증가가 두드러졌다. 벤츠 AMG는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수입차 시장에서 총 1760대가 팔리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1.5% 판매량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벤츠 일반모델 판매량이 16.6% 늘어난 것과 비교해 5%포인트가량 높은 판매 증가율이다.
앞서 벤츠코리아는 AMG 모델을 오는 2020년까지 40개로 늘린다는 계획을 밝히고 올해 상반기 AMG C450 4MATIC을 추가한 데 이어 S클래스 카브리올레 모델도 선보였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LE 쿠페 AMG 모델도 연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며 “AMG 퍼포먼스 투어와 같은 마케팅을 강화해 고성능차 시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BMW 고성능차 M시리즈는 신차 부재로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감소했지만, M3는 올해 들어 10월까지 165대가 팔리며 지난해 전체 판매량을 이미 넘어섰다. 캐딜락은 올해 470마력의 ATS-V와 648마력의 힘을 내는 CTS-V를 국내에 선보였다. 재규어는 고성능 브랜드 SVR의 첫 모델인 F-타입 SVR을 선보일 방침이다.
이상헌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완성차 업체가 저성장 기조와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 맞서 본질에 집중하고 있다”며 “현대차가 내년 고성능 N버전을 내놓을 예정인 만큼 고성능 측면에서 의미 있는 진보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를 포함한 국내 완성차 업체는 올해를 시작으로 내년부터 고성능에 방점을 찍겠다는 분위기다. 현대차는 올해 아반떼 스포츠, 해치백 i30, 제네시스 G80 스포츠 등 달리는 재미에 초점을 맞춘 모델을 잇달아 출시했다. 현대차는 내년 고성능 브랜드 N을 선보이고 고성능 마케팅을 통해 시장 변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한국GM이 수입·판매하는 카마로 SS 역시 고성능차 열풍에 힘을 실었다. 카마로 SS는 올해 10월까지 국내 누적 판매 400대를 훌쩍 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고성능차는 곧 그 자동차 브랜드의 기술력을 의미한다”며 “고성능차는 판매는 물론 브랜드 가치를 높여 미래 자동차 시장을 대비할 수 있는 좋은 방책”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