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안 감액소소위…"여유자금 증가 감안 기금 부담요율 인하해야"
내년도 전력산업기반기금(이하 전력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국책사업 예산이 최소 25억원 삭감된다. 내년 말 전력기금 수입은 4조1488억원이고, 여유자금은 1조304억원이다. 전력기금은 전기료의 3.7%를 떼어내 조성하는데, 수년째 목적 외 사용 논란이 계속돼 정부 쌈짓돈이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복수의 의원실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문위원실에 따르면 예결위 예산안 감액조정소소위원회(이하 감액소소위)는 전력해외진출지원사업 4억3000만원, 신재생에너지핵심기술개발사업 18억5000만원, 전력산업홍보사업 2억원을 포함해 24억 8000만원을 감액 결정했다.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신규과제 집행액 "0원"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이하 산자위)는 당초 신재생에너지핵심기술개발(R&D)사업 예산에 대해 10억원 감액의견을 냈다. 최종 감액분은 18억 5000만원으로, 예결위 감액소소위에서는 산자위 감액의견보다 두 배가까이 더 감액한 셈이다.
산자위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산업부가 추진중인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신규과제 18개에 대한 집행액이 10월까지 전혀 없다”고 예산 삭감의견을 밝혔다.
전력해외진출사업 예산의 경우 4억3000만원이 깎였다. 앞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원전수출사업에 대해 약 33억 감액의견을 낸 바 있다. 이에 대해 추 의원실 관계자는 “원전해외수출 아랍에미리트(UAE) 수출 이후에 원전 수출이 부진했다. 베트남 시추는 사실상 끝났다. 후쿠시마 지진 이후 안전성 문제도 대두됐다. 이제 수출보다 안전 쪽에 예산을 투입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전력산업홍보사업의 경우 산자위에선 감액의견을 내지 않았지만 예결위 감액소소위에서 2억원이 삭감됐다.
논란이 됐던 국제핵융합실험로 공동개발사업 예산은 깎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예산정책처와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국제핵융합실험로 공동개발사업(이하 핵융합실험로 사업)이 전력기금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산자위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핵융합실험로 사업이 원자력연구개발기금의 조성목적과 더 밀접하고, 원자력연구개발기금은 한국수력원자력이 내는 부담금으로 조성되고 있다”면서 “반면 전력기금은 일반 국민들이 내는 부담금으로 조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력기금이 총사업비의 절반을 부담하도록 한 분담비율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예산 감액의견을 제시했다.
◇전력기금 여유자금 규모 늘어날 전망
지출예산이 줄었어도 전력기금의 여유자금 문제는 여전하다. 국회 예산정책처와 산자위는 전력기금 부담요율을 낮출 것을 수년째 권고했다. 사용처도 분명치 않은 전력기금을 과도하게 걷는다는 지적이다.
산자위는 검토보고서를 통해 “전력기금은 전력산업 발전을 위해 국민들의 부담금으로 조성된 사업성 기금이지만, 내년도 총 지출사업비가 전체 운용규모의 38.8%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법정부담금의 요율을 인하하거나 기금 본연의 조성목적에 맞는 지출규모를 대폭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전력기금 여유자금이 매년 1조원 넘게 쌓이는데도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산업부는 저소득층 지원·에너지 복지 등에 대한 수요가 앞으로 더 커질 것이고 에너지신산업에 투자할 재원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부담금요율 인하에 반대한다. 대신 전력기금의 지출규모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전력기금 지출사업비 규모는 1조6105억원으로 2012년보다 낮다. 내년까지 전력기금 지출 규모를 2조1930억원까지 늘리겠다던 전력기금 중기사업계획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전력기금에서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예산도 답보상태다. 산자위 전문위원은 “내년도 전력기금 정부예산안에서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예산은 7470억원인데, 이는 올해 예산 7372억원에 비해 100억원 정도 증액된 것에 불과하다. 지난해 예산 7795억원에 비하면 오히려 줄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기금운용을 감시해야할 전력정책협의회는 정부 거수기로 전락한 모양새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전력기금을 심의하는 전력정책협의회는 사실상 빈껍데기”라며 “협의회는 정부 예산안에 서명만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기타 산업부기금도 다 마찬가지인데 왜 전력기금만 문제삼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내년도 예산안 심의는 예산감액소소위원회에서 보류된 사업 논의와 예산안증액소소위원회가 끝나는대로 종료된다. 심의시한은 내달 3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