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인상· 연말 효과 등 겹쳐 극심한 눈치보기 양상
연말 효과와 내달 미국 기준금리 인상 우려에 회사채 순상환이 이어지고 있다. 기관들의 연말 북클로징(회계결산)에 사실상 올해 회사채 시장은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다만 내달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과 연일 이어지는 국내 금리 상승에 기업들은 자금 조달을 고민하고 있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1월 들어 이날까지 회사채 발행액은 2조4937억원으로 집계됐다. 회사채 상환액은 3조7178억원으로 발행액보다 1조2241억원 많았다. 회사채 시장이 이달도 순상환으로 마무리될 경우 지난 8월 이후 4개월 연속 순상환이 이어진다.
올해 회사채 시장은 계속해서 제기되는 대외 변수에 불확실성을 안고 지냈다. 8월에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슈가 충격을 줬고 이어 계속해서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대두됐다. 8월에는 2조6742억원의 회사채가 발행된 반면 3조9511억원 가량이 상환됐다. 9월과 10월에는 각각 5조3459억원, 5조9811억원이 상환됐다.
내달로 예상되는 미국의 금리 인상은 회사채 시장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금리 상승에 대비해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미리 자금을 조달해서다. 미국 금리 인상 시 국내 금리도 상승이 예상되는데 이미 국고채 금리는 상승세다.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811%를 기록하면서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한 최종호가 수익률에서는 국고채 5년물이 1.960%, 10년물 2.182%로 나타났다. 20년물과 30년물, 50년물은 각각 2.245%, 2.260%, 2.250%를 기록하는 등 모든 만기에서 상승했다.
강상훈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횡보하던 미국 금리가 경제지표 호조에 다시 상승했다"며 "국내 채권시장은 여전히 취약한 심리 속에 장기물은 상대적으로 가격 메리트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금리 변동성 확대 속에서 회사채 발행 실적은 회사별로 갈리고 있다. 지난 17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한국금융지주는 유효수요가 몰리자 증액 발행을 결정했다. 한국금융지주는 2000억원 모집에 3000억원에 가까운 투자금이 몰리면서 발행액을 2900억원으로 증액하기로 결정했다.
대기업 중에서는 올해 회사채 시장서 사실상 마지막 자금조달을 하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롯데그룹 계열사들도 흥행에 성공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21일 진행된 회사채 1000억원 수요예측에 수요가 몰리자 1500억원으로 증액하기로 했다.
한국금융지주(AA-)와 롯데칠성음료(AA+)처럼 인기가 높은 AA급 회사채가 초과수요를 끌어모은 반면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는 자금 조달 시장서 더 차가운 대접을 받고 있다. 지난 22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한독은 300억원 모집에 유효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 발행 계획의 절반인 150억원으로 감액했다.
금리 상승 등 조달조건 부담에 발행을 철회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AA-등급인 파라다이스는 지난 22일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 계획을 철회했다. 파라다이스는 미국 대선 이후 금리가 오르자 당분간 지켜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