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독대 후 K스포츠재단서 70억~80억 지원 요청…면세점 특허권 연루 의혹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기업들의 자금 지원 대가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재계 3위·5위인 SK와 롯데를 수사 대상에 올렸다. 두 그룹이 최순실씨 측으로부터 기부를 제안받았던 수십억원이 면세점 특허권과 관련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면세점 특허권 로비 의혹과 관련해 서울 서린동 SK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 서울 소공동 롯데 정책본부, 세종시에 위치한 기획재정부, 대전에 위치한 관세청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는 최태원 SK 회장·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집무실과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집무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와 롯데정책본부는 각각 그룹의 컨트롤타워이다.
SK그룹과 롯데그룹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각각 111억원과 45억원을 출연했다. 두 그룹 총수는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총수 9인에 포함된다. 검찰은 두 그룹이 재단 출연금 외에 수십억원 지원 요청을 받는 과정에 면세점 특허권과 관련된 모종의 대가를 약속받은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SK와 롯데는 올해 초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각각 80억원과 75억원의 지원 요청을 받은 바 있다. SK는 사업성 이유로 이를 거절했고 롯데는 이를 깎아 70억원을 건넸다가 검찰 수사 직전 돌려받았다. 특수본 관계자는 "대가성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20일 최순실씨 등에 대해 직권남용·강요죄 등의 혐의로 기소한 검찰은 현재 제3자 뇌물죄 혐의 입증을 위해 기업들이 낸 자금의 대가성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 SK·롯데는 삼성에 이어 기업 수사 대상이 됐다. 주요 5대 그룹 중 벌써 세 곳이 검찰의 수사대상이 된 것이다.
SK와 롯데는 지난해 11월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권 재승인 심사에서 기존에 보유하던 워커힐 면세점과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권을 잃었다.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권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한다. 기업들로선 특허권 획득에 사활을 거는 구조다. 지난해 11월 특허권 심사에선 이들 두 그룹 외에도 삼성·한화·두산 등 굵직굵직한 그룹들이 참여한 바 있다.
SK와 롯데는 특허권을 반납했는데 특히 롯데의 타격이 컸다. 롯데는 월드타워 완공을 계기로 잠실에 계획했던 해외 관광객 유치 프로그램 구성에 차질이 생겼다. 면세점이라는 한 축이 무너지며 그룹 안팎에선 미래 먹거리 구상에 대한 불안감이 제기되기도 했다. 더욱이 이로 인해 당시 추진하던 호텔롯데 상장에도 일부 타격을 받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올해 면세점 관련 정책을 일부 변경했다. 3월 기존 면세점 특허기간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했고 4월엔 서울 시내 면세점을 추가로 4곳 더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월커힐면세점과 월드타워면세점 폐업을 준비 중이던 SK와 롯데는 곧바로 올해 12월로 예정된 특허권 선정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같은 정책 변경에 대해 당시에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사실상 SK와 롯데를 구제해주기 위함이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검찰은 당시 정부의 면세점 정책 변경에 박근혜 대통령 등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두 그룹 모두 총수와 최고위급 전문경영인이 박 대통령을 일대일 면담한 적이 있다. 검찰은 특히 각각 올해 2월과 3월 진행된 두 그룹 총수와 박 대통령과의 독대 과정에서 면세점 관련 이야기가 오간 것은 아닌지 집중 살펴보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로 출소한 후 올해 2월 박 대통령과 독대했다. 신동빈 회장도 지난 3월 중순 박 대통령과 독대 자리를 가졌다. 이들 두 그룹은 이후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경기도 하남 체육시설 건립 명목으로 각각 80억원과 75억원의 추가 지원금을 요청받았다.
SK는 최순실씨 측을 통해 K스포츠재단에 80억원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사업성 검토 후 이를 거절했다. 협상 과정에서 최씨 측은 SK에 독일로 직접 돈을 송금하라고 요구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는 기부금 35억원을 역제안하는 등 협상을 하며 버티다가 결국 지난 5월말 70억원을 K스포츠재단에 송금했다. K스포츠재단은 롯데그룹에 대한 압수수색 직전 이 돈을 돌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