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프리미엄 스마트폰·자동차 통신망 등 분야 다양…마구잡이식 발표라는 지적도
국내 이동통신사와 해외 ICT(정보통신기술) 기업 간 협력이 가시화하고 있다. 전에는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 대중이 직접 접할 수 있는 서비스와 제품으로 협력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24일 IT업계에 따르면 연말이 가까워오면서 가장 뚜렷한 결과를 보여주는 기업은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와 화웨이는 협대역 사물인터넷(NB-IoT) 기술 실험실을 만들고 협력사에 모듈 10만개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합의했다고 최근 밝혔다. LG유플러스는 화웨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P9과 P9플러스를 오늘 30일부터 국내에 단독 출시한다.
이런 변화는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LG전자부터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대외 협력이 중요한 수출 사업을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권 부회장은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사업을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P9과 P9플러스 단독 출시는 이동통신 업계에서 또 다른 혁신이다. KT가 아이폰을 처음으로 한국에 출시한 이후 LG유플러스는 최초 LTE 무제한 요금제로 4세대 통신 서비스를 대중화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LG유플러스가 애플과 삼성전자, LG전자가 독점하다시피 했던 국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 화웨이를 진입시킨 셈이다.
이런 협력의 배경에는 내수 시장 위주인 이동통신 시장에서 타사를 견제하려는 전략이 숨어 있다. 특히 SK텔레콤이 역습을 시작하면서 경쟁사들은 잰 걸음을 하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가 이동통신 점유율을 높이는 동안 위기를 느낀 SK텔레콤은 전용폰 루나와 A8을 히트시키고 저전력 통신 기술인 로라(LoRa)를 이용해 최초로 사물인터넷 전국망을 구축했다.
SK텔레콤이 협력사에 로라 모듈을 10만개 무상 지원하기로 한 후 10월 한국에서 로라 국제 연합체(LoRa Alliance) 회의를 열기도 했다. 이 회의에서 SK텔레콤은 향후 같은 로라망을 이용하는 유럽 사업자와 로밍을 통해 해외에서도 IoT 기기들을 작동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오픈랩 협력사에게는 화웨이가 모듈을 무상 지원한다.
한편 KT는 자동차 통신망 경쟁에서 SK텔레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최근에도 2017년 국내 출시될 것으로 계획된 테슬라 전기차에 무선통신을 제공하는 사업을 두고 양사가 경쟁했다.
현재까지 테슬라와 협력에는 KT, BMW등 독일차와 협력에는 SK텔레콤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BMW와 인천 영종도에서 5G 기술을 통한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시연하기도 했다.
한 기업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합종연횡도 생긴다. 2015년 11월부터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심사 당시 뭉쳤던 KT와 LG유플러스는 SK 로라에 대응해 NB-IoT 기술 협력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업계 전문가는 “협력한다는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은 경우도 꽤 많다”며 “통신 시장 경쟁이 워낙 치열하지 않다보니 어떨 때는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기 위해서, 어떨 때는 경쟁사에게 지지 않기 위해서 마구잡이로 협력한다고 발표할 때도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