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 두 기업, 합병으로 중복 사업부문 정리…업계 "긍정적 효과 제한적" 분석
포스코건설이 자회사인 포스코엔지니어링을 흡수 합병한다. 한찬건 사장 취임 이후 첫 대규모 지배구조 개편이다. 두 회사의 실적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사업‧인력 재정비가 그 이유다. 포스코건설 측은 이번 합병으로 경영효율성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합병을 통한 긍정적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포스코건설은 자회사인 포스코엔지니어링(95.96% 지분보유)을 흡수합병한다고 23일 오후 발표했다. 두 회사의 합병비율은 1:0으로 포스코건설이 포스코엔지니어링을 흡수합병한다.
포스코엔지니어링은 1976년 대우그룹 소속 ‘대우엔지니어링’이 시초다. 1990년 대우그룹에서 분사된 후 독자경영을 이어가다 2008년 포스코건설에 인수되고 사명을 변경했다. 이번 합병으로 포스코엔지니어링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합병절차는 내년 2월 1일까지 진행된다. 이 기간 포스코엔지니어링 주주 중 포스코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에게 1주당 1만 776원의 합병교부금이 지급된다. 합병을 거부하는 포스코엔지니어링 주주는 12월 8일부터 당월 29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두 회사의 실적악화가 이번 합병의 주된 이유다. 연결 기준 올해 3분기까지 포스코건설과 포스코엔지니어링은 각각 누적 2833억, 55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포스코엔지니어링은 지난해에도 23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구조조정 및 매각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다만 매수자를 찾기 어려워 포스코건설이 포스코엔지니어링 흡수합병을 결정했다고 알려졌다.
포스코건설 측은 이번 합병으로 조직 경쟁력 강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중복 사업부문 정리가 그 이유다. 포스코건설은 ▲플랜트 ▲에너지 ▲인프라 ▲건축 사업부문을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엔지니어링이 보유한 ▲화공 ▲산업플랜트 ▲인프라 사업본부와 사업내용이 일부 겹친다. 포스코엔지니어링 화공 사업부문 중심의 흡수합병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상반기 포스코그룹 차원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두 회사 합병으로 엔지니어링, 시공 역량 강화로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단기간 실적개선이 이뤄지긴 어렵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실적개선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합병을 통한 포스코건설의 실적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포스코건설의 연결 기준 재무제표에 포스코엔지니어링의 실적이 선반영 됐기 때문이다. 신용평가 업체 역시 이를 감안해 신용등급에 반영할 예정이다.
정원형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합병절차를 검토해 정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제한 뒤 “그룹 내 건설사를 두 개 지니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이 점 때문에 관리 차원에서 두 기업이 합병된 것으로 보인다”며 “포스코건설과 포스코엔지니어링은 모회사와 자회사 형태로 합병이 쉬운 상태였다. 또한 재주제표 상 실적이 연결된 상태다. 특별히 신용도에 영향을 받는 부분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합병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병을 포스코엔지니어링 ‘청산 절차’라 규정했다. 이 관계자는 “포스코건설이 스스로 운용하기 어려운 사업부문을 확장한 것이 포스코엔지니어링이다. 더 이상 해당 사업을 외부에서 크게 운용할 필요가 없어 이번 합병이 이뤄진 것”이라며 “건설업계에서는 흡수합병 자체가 드문 사례다. 사업부문을 제거하면서 합병해도 강점이 많지 않다. 긍정적 시너지가 발휘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병이 외형적 성장이 아닌 내부정비 수순에 그칠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번 합병으로 포스코건설이 당장 얻을 실익은 크지 않다. 포스코건설은 올해 종합 시공능력평가액 9조 9732억원으로 시공능력평가순위 3위다. 종합시공능력평가순위 37위인 포스코엔지니어링(시공능력평가액 7537억원)과 합산 시 총 시공능력평가액은 10조7269억원에 이른다. 2위인 현대건설(시공능력평가액 13조 2774억)에 못미친다. 또한 흡수합병 시 포스코엔지니어링의 화공 이외 중복되는 사업부문(산업플랜트‧인프라사업본부)을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실제 시공능력평가액 증가치는 더 줄어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