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주도"

KB국민카드 노동조합원들은 사측의 성과연봉제 도입 추진을 반대하며 24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 사진=이준영 기자

 

 

KB국민카드가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후 민간 금융사 중 처음으로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에 나섰다.

KB국민카드는 지난 21일 직원들에게 성과연봉제 설명회 문서를 발송했다. 또 22일부터 본부와 영업점을 돌며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측이 추진하는 성과연봉제 확대안에 따르면 명절 때 받는 고정상여금을 기존의 절반으로 줄이고 변동성과급 비중을 17% 이상 확대한다. 현재 고정상여금이 임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다. 이를 13.5%로 줄이려 한다. 변동성과급은 부점장의 경우 9.8%에서 23.3%로, 팀원은 5.3%에서 17.9%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성과연봉제 차등폭도 확대할 예정이다. 개인평가 등급간 성과급 지급률 차등폭을 기존1~2%포인트에서 2~3%포인트로 늘린다.

성과연봉제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정책의 하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시위와 탄핵 준비가 이어지며 성과연봉제 추진도 동력을 잃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으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최순실 사태로 정권이 힘을 잃은 상황에서 성과연봉제 도입 추진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은 성과연봉제 TF팀을 만들었지만 가동이 멈춘 상태다. 타 은행들도 내년 임금·단체협상에서 성과연봉제 안건을 다루지 않을 것으로 전해진다.

이 상황에서 국민카드가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에 나섰다. KB국민카드 노조 관계자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사실상 국민카드의 성과연봉제 도입 추진을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이경 KB국민카드 노조 지부장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사실상 계열사를 관리한다. 계열사들은 임금 및 단체협상 등 경영 관련 사항을 지주에 보고한다. 계열사 사장 인사에도 윤종규 회장의 영향력이 크다"며 "윤종규 회장이 사실상 국민카드의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오는 30일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확대 안건을 처리할 계획이다. 이경 지부장은 "사측이 이사회를 통해 성과연봉제 확대 안건을 도입하려 한다면 이를 물리적으로 막기 힘들다"며 "금융공기업 경우처럼 법적 소송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 노조는 성과연봉제 효력 중지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지난 5월 금융공기업 사측은 노조 동의 없이 이사회를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내년 1월 실시할 계획이다. 

이경 지부장은 "국민카드는 2012년부터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현재도 평가시스템이 정확하지 않고 친분 관계에 따라 주관적 평가도 가능하다"며 "과열 경쟁으로 직원들 간 협업도 악영향을 받았다. 사측은 이러한 성과연봉제를 더욱 확대하려 한다"고 말했다.

KB국민카드 이사진은 7명이다. 윤웅원 대표, 주승노 감사, 황재홍 사외이사, 위정범 사외이사, 이상용 사외이사, 주우진 사외이사, 이동철 비상무이사 등이다.

문승철 KB국민카드 브랜드전략부 팀장은 "30일 이사회를 열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기본적으로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은 노조의 협조를 얻어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윤종규 회장이 국민카드 성과연봉제 도입을 이끄는 것이 아니다. 윤웅원 국민카드 사장의 의지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