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노인 가구에 도움될 것

10월 19일 KB국민은행에서 국내 처음으로 ‘KB 펫 신탁’을 출시했다. / 사진=뉴스1

 

반려동물 인구 천만 명 시대를 맞아 한국에도 펫 신탁이 등장했다. 관련 시민단체와 학계, 반려동물인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지난 1019KB국민은행에서 국내 처음으로 ‘KB 펫 신탁을 출시했다. 지난 22일부터는 기존 강아지 대상에서 고양이도 추가됐다. 펫 신탁은 주인이 은행에 자금을 맡긴 뒤 먼저 사망하면 미리 지정해둔 새로운 부양자에게 반려동물 부양비를 지급하는 금융 상품이다.

 

반려동물이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는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반려동물이 재산에 해당되기 때문에 반려동물에게 재산을 상속할 수는 없다. 그러나 펫 신탁을 이용하면 사후에 반려동물이 살아갈 수 있는 자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된다.

 

19세 이상의 개인으로 일시금을 맡기는 경우에는 200만원 이상, 월적립식인 경우에는 1만원 이상이면 가입이 가능하며 납입 최고한도는 1,000만원이다.

 

위탁자가 분할지급 방식을 선택하게 되면 은행은 새로운 부양자에게 신탁재산 분할지급시마다 반려동물의 건강진단서를 요구한다. 이를 통해 생존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새로운 부양자의 반려동물 보호·관리에 대한 감독기능 수행한다.

 

11년째 강아지를 기르고 있는 50대 현 모 씨는 사람이 노후대책을 마련하듯이 반려동물에 대한 노후대책도 당연히 필요하다고 본다기르던 동물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펫 신탁 제도는 반길만하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펫 신탁 상품 기획은 올해 7월부터 시작됐다. 신탁부 직원들이 신상품에 대한 브레인스토밍을 하던 중 정부에서 발표한 신산업 가운데 반려동물이 선정되었다는 얘기를 하며 상품개발에 착수했다.

 

현행법상 반려동물에 대한 직접 상속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상품을 설계하는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2년째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직원이 상품구조에 대한 세부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현재 국민은행 영업창구에서 고객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자녀가 모두 해외에 거주함에 따라 홀로 반려견을 키우며 살고 있는 60대 후반의 한 고객은 늘 본인에게 무슨 일이 생겨 홀로 남겨질 반려견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펫 신탁을 소개 받아 기쁜 마음으로 상품에 가입하기도 했다.

 

건국대 수의학과 김휘율 교수는 독거노인이나 혼자 사는 사람들은 본인이 죽고 난 뒤 반려동물 관리에 대해 크게 걱정한다이런 신탁을 통해 반려동물의 여생을 보호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 김영환 선임간사도 고령자나 시한부 선고를 받으신 분들이 자신의 반려동물을 걱정하며 종종 동물자유연대로 문의하기도 한다신탁을 활용하면 그런 문제들은 상당 부분 해결되고 그에 따른 유기견들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모니터링 등 검증시스템을 어떻게 할지 잘 살펴봐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