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2인자' 최지성 집무실 및 국민연금 압수수색…삼성서초사옥만 세번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삼성그룹의 자금 지원에 대한 대가성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3일 진행된 삼성서초사옥에 대한 세 번째 압수수색 대상에는 그룹 2인자인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의 집무실이 포함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에 위치한 최 부회장 집무실 등 미래전략실과 전북 전주 국민연금공단 본사, 서울 강남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며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하고 최씨 측에 별도로 51억원가량을 지원한 것이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진 상황이다. 검찰은 지난해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입장 결정 과정에서 청와대 등 외부의 압력이나 영향력이 있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여러 의혹이 있어 단서를 포착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했다"고 밝혔다.
현재 검찰의 삼성 수사는 최씨 측에 자금 지원 경위와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 당시 국민연금의 삼성 지원 의혹으로 나눠 진행되고 있다. 현재 야당과 시민사회에선 삼성의 거액 지원이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지원을 받은 대가일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현재 이와 관련해선 참여연대 등이 박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제3자 뇌물죄 고발한 상태이다. 법조계에선 실제 삼성의 특혜성 지원의 대가성이 드러날 경우 관련자들에 대한 제3자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룹들이 자금 지원의 대가성 여부를 파악 중인 검찰도 뇌물죄 적용을 위해 삼성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의 자금지원 경위에 수사를 집중하던 검찰은 최근 국민연금 관련 고발 사건을 가져와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22일 최광 전 국민연금 이사장을 불러 조사했다. 최 전 이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 찬성 입장 결정 과정 등에 대해 조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홍 전 본부장 연임 문제로 보건복지부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최 전 이사장은 당시 복지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홍 전 본부장에게 '연임 불가' 통보를 해 복지부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사실상 삼성 입맛에 맞는 투자와 의사결정으로 논란을 야기했다. 삼성물산 합병안이 공식 발표일 두 달 여전부터 국민연금은 구 삼성물산 주식을 팔고 제일모직 주식을 사는 투자 행태를 보였다. 이 기간 구 삼성물산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고 제일모직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다.
이 같은 주가를 근거로 삼성은 지난해 5월 26일 두 회사 간 합병안을 발표하며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 합병비율을 1 대 0.35로 결정했다. 합병 이전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에 대한 총수일가의 지분율은 각각 42.19%와 1.41%였다. 합병 이전 구 삼성물산은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 4.06%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제일모직은 보유 지분이 없었다. 제일모직 가치가 더 높게 평가될수록 삼성전자 지분에 대한 총수일가의 지배력이 강해지는 상황이었다.
삼성물산 합병안 발표 이전 국민연금의 투자행태가 총수일가에 유리한 것이었다. 더욱이 일성신약 등 구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주식매수가격결정 신청 사건을 심리한 서울고법 민사35부(윤종구 부장판사)는 지난 5월 결정문에서 합병안 발표 이전 구 삼성물산 주가가 낮게 관리됐을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더욱이 국민연금은 합병안 발표 이후엔 정반대의 투자 행태를 보였다. 장내 구 삼성물산 주가가 합병비율보다 높게 산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 삼성물산 주식을 매수하고 제일모직 주식을 매도했다. 합병비율이 이미 결정돼 손해가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구 삼성물산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서울고법 재판부도 이에 대해 "(이 기간) 구 삼성물산 주식을 매도하고 제일모직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 일반적인 투자 원칙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이 시기는 구 삼성물산 3대 주주였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합병안 발표 후 반대 입장을 공식화한 직후였다. 엘리엇의 반대입장 천명으로 당시 삼성과 엘리엇은 서로 우호지분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때문에 애초부터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부분이다.
당시 국민연금이 합병안 찬성을 결정한 배경에도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당시 국민연금이 자문을 구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합병비율이 구 삼성물산에 불리하게 산정됐다는 등의 이유로 합병 반대를 권고했다. 더욱이 당시 국제의결권자문기구 ISS, 사회책임투자 자문사 서스틴베스트(Sustinvest) 등도 같은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다. 국민연금 내부 논의에서도 부정적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하지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이전 SK㈜ 합병 당시와 달리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주식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결정 요청 등을 생략하고 내부인사들로 구성된 투자위원회 논의를 통해 임시주총 1주일 전인 지난해 7월 10일 '합병 찬성'으로 입장을 결정했다.
더욱이 홍 전 이사장은 이 같은 결정 사흘 전인 7월 7일 이 부회장을 직접 만나 의혹을 증폭시켰다. 홍 전 본부장은 이에 대해 지난해 9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합병과정에서의 공정성 부분을 문의하고 주주 환원 정책이나 향후 비전 설명을 듣는 자리였다"고 해명했다.
삼성은 국민연금 지원 등을 바탕으로 지난해 7월 17일 구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합병이전 국민연금의 구 삼성물산 지분은 11.21%였다. 국민연금이 반대했다면 합병안 통과는 불가능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7월과 올 2월 두 차례 박 대통령을 독대했다. 검찰은 독대시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가 필요하다며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검찰은 오는 29일까지 대면조사에 응해달라고 이날 또다시 박 대통령 측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