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동국제강 사업재편 승인…포스코도 검토 중
철강업계 ‘빅3’ 중 2곳인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원샷법 신청이 승인됨에 따라 철강업계의 사업재편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2일 현대제철, 동국제강, 우신에이펙 등 3건의 사업재편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승인은 경영, 법률, 회계, 금융, 노동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사업재편계획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따른 것이다. 이로써 기업활력법 사업재편계획 승인기업은 10개 기업(7개 업종)으로 늘어났다.
기업활력제고를위한특별법(기활법)은 일명 원샷법으로 불린다. 과잉공급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의 자발적·선제적 사업재편을 도와주는 법으로서 세제감면, 자금지원 등 다양한 지원혜택이 담겨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동국제강과 현대제철 사업재편 계획이 승인되면서 하이스틸 비롯 철강업계 승인 기업은 3개로 늘어났다”며 “기활법을 통한 사업재편이 활발하다는 사례”라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기활법을 통해 인천공장의 단강(잉곳) 제조설비인 전기로를 매각하기로 했다. 이 설비를 매각하면 국내 전체 단강 생산능력(270만톤) 가운데 약 7.4% 수준인 20만톤을 감축해 시장의 공급과잉 해소에 기여할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단강 전기로를 매각하는 대신 순천공장에 고부가 단조제품 설비투자와 함께 고급 금형·공구강용·발전용 강종을 신규 개발할 계획이다. 아울러 고합금·고청정 생산설비 등 고부가가치 단조제품 생산에 주력할 방침이다.
동국제강은 포항 제2후판공장 설비를 해외에 매각하기로 했다. 이번 설비 매각으로 연간 180만톤 규모 후판 생산능력이 줄어들 전망이다. 동국제강은 대신 고부가가치 컬러강판 시장에 집중하기로 했다. 선박 건조에 쓰이는 후판은 9월 발표한 정부의 철강산업 구조조정 방안에서 공급과잉이 가장 심한 제품(후판, 철근, 강관) 중 하나로 지목됐다.
앞서 동국제강은 조선업 불황 탓에 후판 공급과잉이 심해지면서 후판 3개 라인 중 2개 라인을 줄였다. 동국제강은 지난 2012년 연산 100만톤 규모 포항 제1후판공장을 해외에 매각했다. 포항 제2후판공장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었다. 현재 당진공장에서 연산 150만톤 규모 후판공장 1개만을 운영한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외에 포스코도 원샷법 신청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 9일 광양제철소를 방문한 주형환 산업부 장관과 만나 “조선산업과 비조선산업 수요를 감안해 후판 1개 라인 가동을 중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철강업계 사업재편 관련 정부 압박이 있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지난 9월 산업부에서 ‘철강 산업 경쟁력강화 방안’을 발표할 당시 철강업체 다수는 이미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입장이었다. 철강업계의 구조조정이 더뎌지자 주형환 장관이 직접 해당 업체들을 만나 독려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동국제강 관계자는 “정부 외압은 없었다”며 “이미 지난해부터 제2후판 공장 매각을 추진중이었고 원샷법 혜택이 많아 신청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업재편 승인으로, 철강업체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 빅3 중 2곳이나 참여한 상황에서 나머지 업체들도 점차 사업재편을 늘려갈 것이란 전망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공급과잉 품목에 대해선 사업을 재편하는 것이 옳다”며 “다만 추후 조선경기가 살아날 상황을 대비해 무분별한 구조조정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