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국면시 원화환산 금액 늘어 계약협상에 유리…원엔 재정환율은 플랜트공사 수입과 직결

22일 오후 서울 명동 KEB외환은행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원 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0.5원 내린 1176.1원에 마감했다. / 사진 및 자료= 뉴스1, 서울 외환시장

 원달러 환율 변동폭에 국내 건설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환율에 따라 회계장부 상 많게는 수백억원대의 환산손익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미국 간 엔달러 환율도 건설업계의 관심사다. 원엔 재정환율과 더불어 고부가가치 플랜트 설비 수입 시 건설업계 비용처리에 영향을 주기때문이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일 원달러 환율 종가는 1176.1원으로 전 거래일(1186.6원) 대비 10.5원 하락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9일 미국 대선 이후 줄곧 상승(원화 약세)했다. 21일에는 5개월 만에 1180달러 선을 돌파하며 강달러 국면이 나타났다. 22일에는 환율 상승세가 꺾였지만, 9일 종가(1149.5원) 대비 2.31% 오른 가격으로 여전히 강달러 국면이 유지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 변동은 건설업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으로 건설사가 해외사업장에서 발생한 대금을 정산할 때 ‘환산 손익’ 형태로 재무제표에 환율이 반영된다. 또한 해외에서 취득한 순자산도 환율 변동에 따라 막대한 자산가치 변동이 나타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금을 달러로 받는 경우 원달러 환율이 영향을 준다. 또한 사업 포트폴리오 작성 시에도 한해 환율 변동폭을 어느정도 감안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대체로 이번 강달러 국면을 긍정적으로 본다. 특히 해외사업장에서 강달러로 이점이 많이 발생한다고 업계는 전망한다. 해외공사 대금은 달러, 달러 및 외화 혼용 등의 방식으로 국내 건설사에 인도된다. 다만 대금 중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높다. 달러 가격이 높아지면 대금을 원화로 정산 시 더 많은 금액을 얻게 된다. 상대적으로 낮은 계약금으로 공사를 수주해도 손해가 덜할 수 있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 수출기업 경쟁력이 높아진다. 이 공식이 건설업계에도 유효하게 작용한다. 달러 값이 비싸면 인건비를 포함한 공사계약 협상 시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원화정산 시 대금손실폭이 줄어들기 때문”이라며 “현지 자재조달 비용이 늘어날 순 있다. 그래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건설업계에 이득”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강달러가 국내 건설현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그는 “자재조달이 그나마 달러강세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요인이다. 하지만 시멘트, 골재 등은 국내에서 대부분 조달 가능하다. 철근은 수입이 어느정도 이뤄지지만 그나마 중국 수입물량이 많다. 수입철근은 달러값과 연관성이 적은 품목이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원엔 재정환율’에도 영향을 준다. 국내에는 원화와 엔화를 직접 사고파는 외환시장이 없다. 원달러 환율과 엔달러 환율 간 재정환율로 원엔 환율이 정해진다. 원달러 환율이 원엔 재정환율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원엔 재정환율도 건설업계에 영향을 준다. 원엔 재정환율이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건설 주력 산업인 ‘플랜트’산업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플랜트 공사 시 값비싼 주요 부품 대다수를 일본에서 조달한다. 국내 플랜트 제조업체 중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품질인증제’를 통과한 기업이 적은 영향이다. 건설업계는 해외건설 수주액 중 플랜트 공종 의존비율이 높다. 지난 5년 간 해외수주액 중 플랜트 공종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1년 73% ▲2012년 61% ▲2013년 60.7% ▲2014년 78.3% ▲2015년 57.2%로 꾸준히 50%대를 유지했다. 원달러 환율 강세는 원엔 재정환율 하락(원화 강세)으로 이어져 플랜트 설비 수입비용을 낮춘다.

실제 원엔 재정환율은 강세국면을 보이고 있다. 22일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1061.05원으로 전일 종가 대비 7.35원 떨어졌다. 달러-엔 환율상승 속도가 달러-원 대비 가파른 영향이다.

정희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인프라투자 확대 기조와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OMC)의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들며 “시장은 달러 강세, 엔화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며 “2017년에도 엔화강세는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달러 강세를 통한 플랜트 수입비용 절감을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