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도시계획위 심사에 재건축 시장 호흡조절 분석도…시장은 이미 냉기류

최근 교통 및 환경영향을 이유로 서울시 도시계획위로부터 심의 보류 결정을 받은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전경 / 사진=뉴스1

 

서울 주요 재건축사업 추진에 줄줄이 제동이 걸렸다. 최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심의에서 강남3구 재건축 사업에 잇따라 제동이 걸고 있어서다. 11·3 대책으로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 하락폭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재건축 일정까지 늦춰질 게 확실시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재건축 단지들이 2018년 부활하는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사업에 속도를 내는 반면 서울시는 과열을 식히기 위해 속도조절에 나선 것이라고 풀이한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송파구 잠실동 ‘진주아파트’ 주택재건축 법적상한용적률 결정안이 도시계획위원회(이하 도계위)에서 보류 결정을 받았다. 재건축안 공원면적이 법적 최소면적에 비해 충분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진주아파트 조합은 공원면적을 4200여㎡로 계획했지만 도계위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원면적을 추가할 것을 주문했다. 도시공원법 상 1000가구 이상 재건축 사업 시 공원면적은 가구 당 최소 3㎡를 확보해야 한다. 진주아파트는 2950가구의 대단지이므로 단순히 계산하면 공원면적만 8850㎡ 수준으로 수정 작업을 거치게 된다. 이에 따라 재건축 추진은 당초 일정보다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 이틀 앞선 지난 16일 열린 도계위 심의에서는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주택재건축정비계획 변경안이 보류됐다. 도계위는 해당 단지 조합에 대단지인데다 한강변을 끼고 있는 만큼 주변 교통이나 환경에 미칠 영향을 꼼꼼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며 교통대책 보완을 주문했다. 잠실동 ’잠실우성4차‘ 조합 역시 용적률 299.92%를 적용받아 최고 35층으로 신축한다는 재건축 계획안을 냈지만 최고 층수가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로 이달 초 송파구 심의가 보류됐다.

도계위에 안건이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반려처분 된 경우도 있다. 최고 50층 높이의 정비계획안을 구상하고 있는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조합은 도계위 심의에 앞선 시 내부 검토 단계에서 최근 재검토 의견을 받았다. 강남권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기존 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을 통한 재건축 계획이 지구단위계획으로 바뀔 처지에 놓였다. 서울시는 지난 9월 압구정 일대 교통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체계적인 정비계획이 필요한 만큼 지구단위계획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지자체 심의에서 반려처분을 받는 건 종종 있는 일이다. 그러나 재건축 조합 측은 최근 들어 도계위의 심의가 더욱 깐깐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내년 말 초과이익환수제 유예 종료를 앞두고 있는 재건축 조합 측으로선 최근 잇따른 정비계획 보류에 대한 불만이 유난히 클 수밖에 없다.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란 재건축으로 얻은 평균 이익이 조합원 1인당 3000만원이 넘을 경우 초과 금액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내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 2006년 도입돼 2012년까지 시행됐으나 정부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2013년 유예 결정을 내린 후 내년 말까지 한차례 연장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2018년부터는 다시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과세규모 줄이기 위해선 내년 12월31일까지 재건축 사업 추진 행정절차의 막바지 단계인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야 이를 피할 수 있다. 재건축 추진 속도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서울시의 연이은 퇴짜에 조급함이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남 재건축시장은 이미 냉기류가 돌고 있다. 이달 들어 거래가 올스톱되는 단지가 등장하는 등 매수세가 실종됐다. 잠실주공5단지는 11·3 대책 발표 이후 거래건수는 없다. 대책 발표 이전 시세보다 최고 1억원 이상 하락한 매물도 쌓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서울시가 재건축 과열로 인한 주택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사업시기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다시 말해 동시다발적 재건축 시행은 멸실주택 증가, 전셋값 상승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재건축 시행의 호흡조절을 시도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최근 잇따른 재건축 사업장에 대한 심의 보류 배경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계위 지침에 맞지 않으니 보류하는 것일 뿐이지 의도적인 시기조정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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