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윤경 의원 공정거래법 개정안 발의…"회사 분할시 자사주 반드시 소각케"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4일 부산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재벌 총수가 자사주를 부당한 지배력 강화와 편법 경영권 승계에 사용하는 것을 막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지주회사를 설립하거나 전환하기 위해 회사분할을 할 경우 반드시 자사주를 미리 소각할 것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자사주를 미리 소각하기 전에는 지주회사 설립과 관련한 모든 행위를 금지해 경제력 집중과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를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자사주를 지배력 강화의 수단으로 사용했다. 현행 상법상 회사가 보유하는 자기주식은 의결권이 없지만 회사가 두 개로 분할할 경우 사실상 의결권이 부활하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인적분할 이전에 대주주와 일반주주의 지분율이 30% 대 70%이고 이 회사의 자사주가 20%라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회사분할에 의해 두 개 회사로 나누어지면 분할 후에도 대주주와 일반주주의 지분율은 30% 대 70%가 되는 것이 정상적이다. 

 

하지만 회사분할시 자사주 의결권이 부활한다. 사업회사에 대한 대주주와 일반지주의 지배력이 44% 대 56%로 소유구조가 변한다. 이른바 '자사주의 마술'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한항공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3~2014년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6.8%를 이용해 회사분할과 주식교환 방식의 유상증자를 연이어 실시했다. 

 

자사주와 인적분할로 지배력을 세 배 이상 늘린 것이다. 제 의원 측은 "회사 돈을 활용해 재벌 총수 지배력이 강화되고 지분구조가 왜곡된다는 점에서 변종 순환출자"라고 지적했다.​ 

 

 

다른 대기업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사주는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뿐만 아니라 지주회사 요건 충족에도 도움이 된다. 자사주가 많을수록 회사분할시 지주회사 요건인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의무보유 비율 20%를 손쉽게 채울 수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은 각각 12.8%와 10.2%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대한 총수 일가 지분율은 4.91%에 불과하지만 회사를 분할해 자사주 의결권을 부활시키면 지배력은 17.1%까지 상승할 수 있다. 

또 총수 일가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지주회사로 넘기고 그 대가로 지주회사 지분을 받으면 자회사 의무보유 비율 20%도 손쉽게 충족할 수 있게 된다. 국내 10대 그룹 핵심 계열사들의 자사주 지분율이 높은 것도 이 같은 이유로 분석된다. 

제 의원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재벌 계열사들의 자사주 확대는 주주들을 위하는 것이 아닌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주주 출연 없이 회사 돈으로 지배력이 강화되고 지배구조가 왜곡돼서는 안 된다"며 "이번 개정안을 통해 경제력 집중과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를 막아야 한다"고 입법 필요성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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