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94대 판매…연간 목표 5000대의 1/5

현대차가 중형 세단 전략 차종으로 내놓은 i40가 판매 부진 탓에 갈 곳을 잃었다. 올해 들어 르노삼성과 한국GM이 각각 SM6와 말리부를 내놓으며 중형 세단 부흥기를 구가했지만 i40는 시장 확대 수혜를 누리지 못했다. i40 신형 개발비를 상쇄할 판매량 늘지 않아 신차 출시에 나서지 못한 탓이다.

2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중형 세단 i40는 올해 들어 10월까지 1194대 팔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90대보다 29.3% 덜 팔렸다. 지난달 현대차가 정부 주관 할인행사인 코리아세일페스타(KSF)에 i40를 추가, 10% 추가 할인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판매량은 68대에 머물렀다. 

현대차 중형 세단 i40가 판매 부진으로 당초 현대차 중형 세단 쏘나타 상위 모델의 지위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 = 시사저널e

 

현대차 중형 세단 하위 모델인 쏘나타와 비교하면 i40 판매 부진은 더 두드러진다. 현대차 중형 세단 쏘나타는 지난달 5604대 팔렸다. i40가 올해 들어 10월까지 판매한 누적 판매량의 4배를 한 달 만에 뛰어넘은 셈이다. 현대차가 중형 세단 i40를 국내 시장에 내놓을 당시 세운 연간 판매 목표가 5000대인 점을 고려해도 판매량 부진은 심각하다.

현대차는 지난해 2월 i40를 출시하며 중형 세단에 프리미엄을 덧붙여 쏘나타와 차별화를 꾀했다. 제품 품질과 우수한 성능을 바탕으로 수입 중형 세단인 폴크스바겐 파사트 수요를 가져오겠다는 전략에서다. 이에 현대차는 국산 중형 디젤차로는 최초로 7단 더블 클러치 트랜스미션을 탑재해 상품성을 강화했다.

하지만 현대차의 프리미엄 중형 세단 전략을 바라보는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베이스 모델보다 혁신적인 기술이 들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내·외장재 및 편의사양만 고급화해 훨씬 비싼 가격으로 내놓아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i40 엔트리 트림 판매가격은 2495만원으로 쏘나타 엔트리 트림 판매가격인 2255만원보다 240만원 비싸다.

게다가 현대차는 2017 쏘나타를 출시하며 GDi 엔진, VGT 엔진은 물론 터보엔진까지 쏘나타의 파워트레인을 확장해 i40가 기존에 현대차의 프리미엄 중형 세단으로써 가졌던 비교 우위를 상쇄했다. 한국GM이 올해 상반기 신형 말리부를 국내 출시하며 디파워드(2세대) 에어백을 장착한 데 대해 큰 논란이 일었던 에어백에서도 i40는 쏘나타에 뒤진다. i40 에어백이 2세대인 반면 쏘나타 에어백은 어드밴스드(3세대)다.

문제는 현대차 i40가 올해 중형차 시장 확대 수혜를 전혀 누리지 못했다는 데 있다. 올해 들어 중형차 시장은 르노삼성과 한국GM의 중형 세단 약진으로 완성차 전체 판매량 2.7% 증가하게 했다. 특히 르노삼성은 지난해 현대차가 i40에 썼던 고급화 전략을 SM6에 똑같이 적용하고 완전히 다른 결과를 끌어냈다.

르노삼성은 SM6에 7단 듀얼클러치 트랜스미션, Full LED 램프, TFT 계기판 등의 고급 사양을 대거 적용해 법인 차량을 제외한 자가용 부분에서는 판매량 선두를 달리고 있다. 특히 SM6의 판매 차량 중 최고급 트림인 RE(41.9%)와 차상위 트림인 LE(46%)의 판매 비중은 88%에 달한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와서 i40의 신형을 내놓기에는 개발비가 많이 들어 수지가 맞지 않는다”며 “현대차는 많이 팔릴수록 대당 이익이 커지는 자동차 업계 구조로 인해 쏘나타를 강화하거나 그랜저를 수요층을 낮추는 방법을 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동차 공장은 섀시 조립, 도장, 유리 장착 등 대부분 공정을 로봇이 담당하고 있다. 자동차 생산 공장 자동화 최초 세팅에 많은 투자비용이 들어가는 이유다. 다만 차량 판매가 늘어 생산을 늘리면 늘릴수록 1대당 추가 생산비가 줄어든다. 즉 많이 팔릴수록 대당 이익이 커지는 구조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각에선 i40 단종에 관한 이야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량 판매가 부진하다고 해서 단종을 논의하진 않는다”며 “i40를 왜건 모델로 생산하기도 하는 만큼 i40가 국내 자동차 시장 다양화에 이바지하는 부분은 상당히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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