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업종도 일제히 하락…정치적 불확실성 해결돼야 숨통 틔일 듯
엔터테인먼트와 중국 소비재 업종이 중국발 외풍에 흔들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암암리에 금한령(한류 금지령)에 나섰다는 소문이 돌면서 관련주가 급락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악재가 한·중간 정치적인 영향을 받은 측면이 있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장기적으로 부정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다만 실적과 무관하게 하락한 종목도 있어 반등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엔터테인먼트 업종이 급락하고 있다. 21일 콘텐츠 제작사인 CJ E&M은 전날보다 6.77% 폭락하며 4거래일 연속 상승하던 흐름이 깨졌다. 이는 지난달 25일 중국 지방정부가 중국인의 한국 여행을 제한한다는 지침과 CJ그룹의 최순실 연루설이 나온 이후보다도 더 악재를 반영한 모습이다. 22일에는 전날보다 1.82% 떨어진 5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장중 4.29%까지 떨어지는 등 약세가 지속됐다.
매니지먼트사인 SM엔터테인먼트 역시 21일 8.16% 급락했고 JYP엔터테인먼트도 2.79% 떨어지며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22일에는 화이브라더스(-9.53%), 씨그널엔터테인먼트(-8.02%), 큐브엔터테인먼트(-5.42%), 쇼박스(-4.46%) 등이 폭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엔터테인먼트주뿐만 아니라 중국 소비와 관련이 깊은 화장품주도 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화장품주인 아모레퍼시픽은 21일 3.76% 하락했다. 토니모리는 21일 5.48% 떨어진데 이어 이날도 4.80% 하락했다. 한국콜마는 전날 5.11% 하락하며 장이 마감됐고 이날도 2.54% 떨어지면서 하락폭을 키웠다.
이 같은 폭락세는 중국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한류를 금지하려 한다는 의혹에서 비롯됐다. 업계에 따르면 20일(현지 시각) 이언왕(藝恩網)과 텅쉰(騰迅)오락 등 중국 인터넷 연예 뉴스가 '한국 드라마, 영화, 예능 프로그램과 한국 작품을 리메이크한 콘텐츠의 방송 금지 및 한국 배우의 예능 참여 금지'에 대한 구두 지침을 각 방송국 책임자들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 탓에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연기자 송중기가 중국 스마트폰 TV 광고 모델에서 현지인으로 교체된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나왔다.
관련 업계에선 중국 정부가 한국 문화와 소비재에 대해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K뷰티 관련 한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의료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느껴지는 바는 꽤 크다. 과거에 비해 최근 의료 시술을 하러 한국에 오는 중국 환자들이 감소했다”며 “중국의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장기적으로 한국의 K뷰티를 비롯해 한류에 대한 제재를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에는 중국 지방정부가 중국인의 한국 여행을 제한한다는 구두 지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중국 국가여유국은 앞으로 6개월 동안 '불합리한 저가여행’을 중점적으로 관리·정비한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특히 상하이(上海) 등 일부 지역에서는 중국 정부가 여행사에 내년 4월까지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 수를 전년보다 20% 줄이라는 구두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서도 이 같은 흐름은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원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몇몇 회사들의 중국 사업 진전을 통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우려가 완화되는 듯 했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장기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발생했다”며 “이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되며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서는 한·중간 정치적인 문제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낙폭과대주 위주의 접근은 유효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번에 폭락한 엔터테인먼트, 화장품주 중에서는 중국 관련 매출 비중이 적은 곳들이 있다”며 “이런 종목들은 시장이 진정되면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시장 오해에서 과도하게 떨어진 종목에 대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