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계약 3주간 2만7491대 계약…판매가격 3055만~3675만원

“그랜저IG 디자인을 만들어 놓고 활용 방법을 생각했다.

정락 현대자동차 총괄PM담당 부사장은 22일 경기도 김포항공산업단지에서 열린 신형 그랜저IG 출시 행사에 참석해 “위엄과 권위의 상징이었던 지난 30년의 그랜저가 새롭게 태어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부사장은 “젊어진 디자인에 맞춰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담았다”며 “프리미엄 패밀리 세단으로 손색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달 70% 이하로 떨어진 시장 점유율 회복을 위해 준대형 세단 신형 그랜저IG의 달라진 디자인을 강조하고 나섰다. 현대차는 준대형 세단 시장의 새로운 수요층으로 떠오른 30, 40대에게 소구 가능한 외관 디자인을 통해 고객층을 확대하고 판매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양웅철 현대차 연구개발총괄 담당 부회장과 피터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총괄 담당 사장이 신형 그랜저 출시 행사장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사진 = 현대자동차

 


현대차의 이 같은 디자인 집중 전략은 신형 그랜저IG 출시 행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정의선 현대차 그룹 부회장이 경영일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디자인경영을 재차 강조한 만큼 이날 출시 행사는 2006년 현대차가 디자인경영을 시작할 당시 영입한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피터 슈라이어 사장은 2015년 12월과 올해 6월에 현대차가 영입한 루크 동커불케 현대차 디자인센터장 전무와 이상엽 현대차 스타일링 담당 상무를 무대로 불러내 신형 그랜저 디자인 요소를 설명했다. 루크 동커불케 전무와 이상엽 상무는 영국 고급차 브랜드 벤틀리에서 각각 수석 디지이너와 외장 및 선행디자인 총괄을 맡은 바 있다.

루크 동커불게 전무는 “신형 그랜저IG 측면 캐릭터라인을 후드에서 리어램프로 유려하게 연결해 역동적인 이미지를 연출했다”면서 “현대차 상징이 된 캐스케이딩 그릴을 도입하면서도 30년간 이어온 그랜저 전통을 유지할 수 있게 노력했다”고 말했다. 캐스케이딩 그릴은 용광로에서 녹아내리는 쇳물 흐름과 도자기 곡선을 형상화한 현대차의 새로운 상징 디자인이다.

후면부는 5세대에 걸친 그랜저 브레이크 등 형태를 물려받았다. 가로로 연결된 리어램프로 날렵하고 세련된 인상을 극대화했다는 게 현대차 디자인 담당 임원진의 설명이다. 실내 디자인은 수평형 느낌을 강조했다. 이상엽 상무는 “고급 세단답게 안정된 느낌과 넓은 시야를 강조한 게 특징”이라며 “고급스럽고 섬세한 색상 및 소재 적용에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웅장함’이란 표현 대신 ‘드라마틱한 디자인’을 유난히 강조한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IG 디자인을 통해 현재 처한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그랜저 신모델은 늘 국내 준대형차의 기준이 돼왔다. 언제나 소비자들이 타고 싶어하는 차였고 현대차도 그랜저만큼은 실패를 우려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선 현대차의 디자인 강조가 위기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인책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달리고 있다. 자동차 업계 한 전문가는 “세타2 엔진 결함, 경유차 엔진오일 증가 등 복합적인 요인이 점유율 하락을 이끄는 상황에서 디자인에 방점을 찍는 것은 대안일 뿐 정답이 될 순 없다”고 지적했다.

현대차는 현재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6% 감소한 389만825대를 기록했다. 해외 생산·판매를 제외한 내수 판매와 국내 생산·해외 판매 모두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특히 국내 생산·해외 판매는 파업 여파로 17%나 줄었다.

현대차는 올해 판매 목표로 501만대를 설정했다. 경영 환경 악화를 반영해 전년대비 낮춰 잡은 수치다. 다만 현재 추세대로라면 이마저도 달성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수치상 이달과 내달 두 달간 약 112만대, 한 달에 평균 56만여 대를 판매해야 가능한 수치다.

 

현대차 준대형 세단 신형 그랜저IG. / 사진 = 배동주 기자

 

다행히 조기 투입한 신형 그랜저가 그동안의 신뢰를 바탕으로 2일 사전계약 개시 이후 21일까지 약 3주간(영업일 기준 14일) 2만7491대 사전계약을 이뤘다. 각종 최첨단 편의사양과 안전사양이 장착돼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만 하다는 평가다. 아울러 가격도 2620만원에서 시작해 가격경쟁력도 확보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신형 그랜저는 우려했던 것과 달리 적절한 타협과 차별화를 동시에 이뤄냈다는 평가가 많지만 현대차로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금까지 이어진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대차가 최근 품질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초기 결함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랜저 판매량이 늪에 빠지면 현대차는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형 그랜저IG는 가솔린 2.4 모델, 가솔린 3.0 모델, 디젤 2.2모델, LPi 3.0모델 등 총 4가지 라인업으로 운영되며 내년 상반기 중 가솔린 3.3 모델, 하이브리드 모델을 더해 총 6개로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판매가격은 가솔린2.4모델이 3055만~3375만원, 가솔린 3.0모델이 3550만~3870만원, 디젤 2.2모델 3355만~3675만원, LPi 3.0모델 2620만~3295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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