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전장사업,LG는 중소형 OLED 사업 투자 늘려…후발 주자로 상대 영역 적극 공략
IT업계 내 시장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들이 기존 사업 영역을 벗어나 새로운 기회를 찾는 작업이 분주하다. 특히 삼성과 LG가 서로 상대방 주력 분야에 적극 투자하며 경쟁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동안 삼성 하면 늘 스마트폰과 반도체를 떠올렸지만 요즘은 자동차 전장사업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해외 기업들을 잇달아 인수하며 적극적으로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14일 커넥티드 카 및 차량용 오디오 전문기업 하만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 총액은 80억 달러(약 9조원)로 국내기업 해외 인수합병 중 최대 규모다.
지금은 삼성이 주목받고 있지만 자동차 전장사업은 원래 LG가 선배다. 2013년부터 일찌감치 자동차 전장사업을 키우기 위해 VC사업부를 독립시켰고 이후 조금씩 투자를 늘려나갔다. 그러던 와중에 갑자기 삼성이 자동차 전장 사업을 미래먹을거리로 천명했고 굵직한 회사들을 인수하며 LG전자의 마음을 급하게 만들었다.
삼성은 인수합병으로 자동차 부품업계 중심부로 단기간에 치고 들어가고 있다. 지난 8월엔 마그네티 마렐리에 이어 하만까지 인수하면서 BMW, 폴크스바겐 등 유럽 유수의 완성체 업체들을 단번에 고객으로 만들었다. LG전자 역시 볼보, GM과 연합전선을 구축해 자율주행차 및 전기차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삼성이 예상보다 적극적으로 나오면서 쫓기는 입장이 됐다.
VC사업부 사정에 밝은 한 LG 관계자는 “LG도 인수합병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삼성이 선수를 치고 있다”며 “계속해서 인력을 늘리고 있지만 시장 상황을 보면 지금보다 더 적극적 투자를 해야 할 필요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이 자동차에 열을 올리자 LG는 삼성의 텃밭인 중소형 OLED 부문 투자를 늘리며 삼성 독주 체제를 위협하고 나섰다. LG전자는 대형 OLED 시장에선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삼성이 독주하고 있는 중소형 시장은 그동안 건들지 않았다. 주요 스마트폰 고객사들이 LCD 패널을 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이 아이폰에 OLED를 탑재하기로 하는 등 성장 가능성이 점점 커지자 앞으론 해당 분야에 적극 투자해 삼성을 제치고 1위를 탈환할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3분기 LCD 부문에서 이익이 늘면서 설비 투자를 위한 여력도 확보됐고 최근엔 중소형 OLED 연구만을 위한 조직도 신설됐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중소형 OLED 시장의 삼성천하 공식이 조만간 깨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동안 LG전자가 중소형에 집중하지 않았을 뿐 OLED 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삼성이 지금 시장 점유율만 믿고 마냥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통적으로 일본 패널업체 선호하던 소니도 OLED TV 패널 공급처로 LG디스플레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데, 모바일 부문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