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분양권 두 건 거래에 거래가는 연초보다 3억원 폭락
분양 당시 역대 최고층·최고가로 국내 주택시장에 새 역사를 쓴 부산 해운대구 중동 ‘엘시티 더샵’ 분양권 거래 시장이 얼어붙었다. 시공사 포스코건설은 불법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진행에도 책임준공은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엘시티 분양권 매입을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22일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엘시티 분양권 거래 건수는 11월 2건에 불과했다. 상반기엔 월 평균 20여 건에 달했다. 월별로 보면 1월 31건, 2월 15건, 3월 22건, 4월 23건, 5월 22건이었고 여름 휴가철 비수기인 7월에도 12건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분양권은 단 2건 거래됐다. 이번달 역시 22일까지 2건에 불과하다.
거래가격 역시 주저앉았다. 전용면적 161.98㎡(구 65평형)은 1월 18억3300만원에 거래됐지만 같은 평형에 같은 20층 대로 유사한 조망권을 갖춘 한 매물은 이달 중순 3억원 가량 낮은 15억8800만원에 매매됐다. 약 10개월 사이 3억원 가량 떨어진 셈이다.
사업장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 따르면 지금은 이보다 1억원 가량 더 떨어져 14억원대에 나온 매물도 있다. 또 엘시티 일반 분양 물량 아파트(총 882가구)도 11월 현재 계약률이 87%로 90여 가구가 미계약 상태다. S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무피(웃돈 없이 분양건 거래)나 마이너스피(분양가보다도 낮은 가격에 분양권 거래가 이루어지는 형태)로 팔아달라는 고객도 있다”며 “그러나 매수 발길은 끊어졌고 언론 문의만 이어진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 부산 환경단체는 해당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초 사업지는 해운대 경관 보존에 따라 고도제한, 용도제한이 엄격해 사업성이 없던 곳으로 평가받았다.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이영복 회장이 맡으면서 마법처럼 주거시설로 변경·허용되고 건물 높이 규제가 한순간에 풀렸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101층 규모 초고층 빌딩이 환경영향평가도 받지 않고 교통영향평가는 단 한 차례로 끝이나는 등 엘시티를 위한 부산시의 친절한 행정이 이어졌다는 입장이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는 “2011년부터 해당 사업장의 반대를 주장하며 사업승인 취소 등을 냈지만 패소했다”라며 “누가 생각하더라도 해운대 해수욕장 바로 앞 411m의 건물과 공동주택 건설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도시계획의 공공성은 잃어버린 채 사업자들만의 이득만이 고려됐다고 본다. 이제라도 불가능한 사업이 진행된 점과, 이 불가능한 사업이 어떻게 가능하게 됐는지를 풀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당초 해운대의 관광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추진한 해운대 관광리조트 사업은 엘시티라는 이름으로 일부 부유층의 그들만을 위한 고급 주거단지로 변모했고, 이 과정에서 부산 시민들을 위한 공간인 해운대 역시 초고가 주상복합 아파트의 앞마당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사업 승인자인 부산시는 사업 취소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부산시 시설계획과 관계자는 "엘시티 인허가는 적법한 행정절차에 따라 이뤄졌기 때문에 행정절차상 문제가 없다"라며 "사업 취소나 공사 중단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지금은 분양권 거래에 신중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한 관계자는 “사업 기반이 흔들릴 만한 사건인 만큼 저가 매수를 쫒기보다는 관망하는 자세를 유지할 때”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