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투자·임금보다 배당에 집중...국회 배당 ‘축소 또는 삭제’ 논의
750조원에 이르는 대기업 사내유보금을 규제하기 위한 국회 논의가 활발하다. 특히 대기업들이 투자는 하지 않고 배당을 늘려 과세를 피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국회가 배당 인정액을 축소하거나 아예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1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번 주 열리는 조세소위에서 대기업이 과다 보유한 사내유보금에 대해 10%의 법인세를 추가 과세하는 기업소득환류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내년 말로 폐지가 예정된 일몰 시한도 영구적으로 정착시키는 방안을 검토한다.
현재 도입 2년째를 맞은 사내유보금 과세는 대기업들의 완벽한 대응으로 실효성에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투자·임금·배당으로 골고루 지출돼야 할 기업소득이 배당으로 집중되면서 관련 규정을 뜯어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시행 첫해인 지난해 과세 대상에 포함됐던 대기업들은 투자나 임금을 늘리기보다 배당을 늘리는 방법으로 과세를 회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상장회사 배당(보통주 기준) 총액은 20조3000억원으로 제도 시행 전인 2014년보다 33.1%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근로소득 인상으로 세액공제를 받는 것은 신청 자체가 매우 까다로울 뿐 아니라 임금 자체를 올려줘야 해서 기업들이 꺼리기 때문에 배당 증가가 기업이 택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 된다”면서 “기업들은 배당을 늘려 페널티를 피하고 상위 1% 계층은 고배당에 세금도 적게 내게 됨에 따라 매우 큰 이득을 누릴 수 있다”고 밝혔다.
기업소득환류세제가 주식부자들에게 혜택이 집중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정 교수는 “상위 1% 계층이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해 전면적 종합과세를 시행하지 않는 것은 이들에게 큰 혜택을 주는 것이다.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적용 범위가 적고 적용세율이 낮은 것도 주식부자인 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 기획재정원회에는 총 5건의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추경호 새누리당 의원안은 기업들이 배당한 금액의 50%, 정부안은 80%만을 인정하자고 했다. 박주현·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배당금액 자체를 아예 인정하지 않는 방안을 발의했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배당금액은 인정하되 적용대상 기업을 현행 자기자본 500억원 초과 법인(중소기업 제외)에서 100억원 초과 법인(중소기업 포함)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냈다. 이 경우 사내유보금 과세의 적용대상 기업은 현재 3600개에서 1만1000개로 늘어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실은 최근 검토보고서를 통해 배당금액에 대해서 인정비율을 축소할 경우 기업의 투자 및 임금증가에 대한 유인을 강화할 수 있고, 이 제도의 취지를 한층 더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안과 4건의 의원 발의안은 사내유보금 과세를 어떤 쪽으로든 강화하자는 게 골자다. 이 같은 움직임에 관련업계는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경제가 성장하면 가계든 기업이든 유보금은 늘어난다”면서 “오해에서 비롯된 사내유보금 환수 등의 논쟁을 자제해야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