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접수 3주 지나 청구서…“수리 세부 항목은 알 수 없어”
서울에 사는 김아무개씨는 17일 채권추심 수임사실 통보서를 받았다. 지난 9월 카셰어링 업체의 공유 차량 이용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한 수리비 30만원이 이달 15일 기준 여전히 미납 상태라는 내용이었다. 다만 김 씨가 지난달 25일 수리비를 입금한 지 20일 지난 후였다.
김 씨는 “돈을 냈는데도 미납 처리한 채 채권 추심에 나선 것보다 수리비 청구서를 10월12일 주고선 미납기간은 9월부터로 적용해 더 황당했다”고 말했다.
카셰어링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덩달아 차량 사고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카셰어링 업체의 대응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 수리 내용은 공개하지 않은 채 수리비용 청구서만을 발송하는가 하면 사고 접수 이후 수리 견적서 발송까지 한 달 가까운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카셰어링이란 차량을 예약하고 자신의 위치와 가까운 주차장에서 차를 빌린 후 반납하는 제도를 말한다. 시간 단위로 대여할 수 있고 주로 주택가 근처에 보관소가 있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차를 나눠타는 개념이라 차를 사는 것보다 비용도 적게 든다. 무인 시스템과 높은 접근성 덕분에 사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에선 2011년부터 카셰어링 업체 그린카에 의해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5년이 지난 지금 약 700억원대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린카는 지금은 전국 66개 도시에 210만명의 회원을 갖고 있다. 2012년 3000명으로 뒤늦게 출범한 쏘카는 현재 가입자가 230만명에 달한다. 양사가 운영하는 차량 대수는 2012년 400여대서 지난 9월 기준 1만2000여대로 늘어났다.
다만 김 씨의 사례처럼 산업의 발달에 비해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해 사고 처리 미흡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이용객이 져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사고처리 약관이 카셰어링 업체 중심으로 적용되고 있는 데다, 일반자차보험 처리도 안 돼 사고 발생 시 이용객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9월23일 카셰어링 업체 그린카의 공유 차량을 이용한 박모 씨는 사고 접수 이후 지난 10월 12일이 돼서야 수리비 청구서를 받아볼 수 있었다. 3주가 지난 후 받은 청구서에는 차량 수리 세부 사항은 없었다. 면책금 30만원과 휴차보상료 13만원만이 전부였다.
박 씨는 즉각 고객센터에 전화해 수리 세부 사항에 관해 문의했으나 사고담당 부서만 해결 가능하니 청구서에 있는 번호로 전화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박 씨는 “회사 전화를 이용해 자동연결을 걸어뒀는데도 연결이 되지 않았다”며 “사고를 낸 것은 물론 내 과실이지만 해당 비용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230만명 회원을 가진 국내 카셰어링 1위 업체인 쏘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쏘카의 공유 차량 이용 중 차량 측면을 주차장 벽면에 부딪히게 하는 사고를 낸 임모 씨는 “사고 접수 후 3일이 지나서야 고객센터에서 사고 접수했다는 연락이 왔다”며 “크지 않은 사고임에도 피의자의 심정이 된 채 처리 지연에 따른 걱정과 불안을 겪어야 했다”고 말했다.
쏘카 관계자는 “사고 경중에 따라 처리 시간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면책금을 넘어서는 사고인지 혹은 면책금 내에서 처리 가능한지, 차량이 어디로 입고될지 휴차료는 얼마일지 따진 후 고객에게 통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차 사고가 커 보험가입 당시 책정한 찻값보다 수리비가 많이 나오면 진행하는 전손처리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전손처리 결정에도 불구하고 휴차료 지불 및 보상제외품목에 대한 금액 취등록비 등을 내야 하는 탓이다. 카셰어링 업체가 작성한 이용약관에 전손처리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나와 있는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카셰어링 업체가 이용자를 위해 대인, 대물 등에 대한 자동차종합보험을 들고는 있지만, 자차의 경우 이용자가 다수이기 때문에 일반자차보험과 같은 조건으로 받아주는 보험사가 현재 국내에 없는 것도 문제”라며 “차량 공유 시장이 확대한 만큼 이용객 편의를 위한 새로운 보험 정책 도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