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는 학습속도 100배 향상될 것"…너바나 인수 효과에 시장 선도 자신감
"인텔은 인공지능 시대에 데이터 센터나 각종 장치 분야에서도 중심이 되길 원한다."
인텔 코리아가 21일 개최한 본사의 인공지능(AI) 전략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나승준 상무가 전한 말이다. 나 상무는 이날 행사에서 지난 18일(현지시각) 샌프란시스코 행사에 참석했던 이야기를 국내 취재진에게 소개했다. 해당 내용은 아직 온라인 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인텔은 PC시대 이후 중앙처리장치(CPU) 등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독주해왔다. 그리고 이제 태동하는 AI시대도 주도하려는 전략을 대대적으로 밝혔다. 인텔은 이미 인공지능 시스템에 적합한 제품을 발표하고 이보다 대폭 개선된 성능의 신제품 출시 계획도 다 짜놓은 상태다.
구글이 지난해 공개한 인공지능 소스에 최적화한 기술도 인텔이 제공한다. 한국이 구글 알파고에 충격을 받고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대책을 세우는 동안 세계적인 기업들은 이미 성능 향상을 위한 노력에 돌입한 셈이다.
◇ 시작 단계 인공지능 기술, 2020년 학습 속도 100배 될 것
나 상무는 18일 행사에 참석하고 난 남다른 소감을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브라이언 크르자니크(Brian Krzanich) 인텔 최고경영자(CEO)부터 각 사업 분야 총괄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2015년 당시 클라우드 전략을 밝히는 자리에 CEO는 불참했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나 상무는 “인공지능(AI)은 새로운 물결을 불러올 모멘텀(momentum, 중대한 시기)”이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은 특히 데이터가 폭증하는 모바일 시대에 개별 기기와 데이터 센터를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양한 기기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이용해 인공지능이 새로운 모델을 만들면 새로운 기기는 이 모델을 바탕으로 맞춤 서비스를 하거나 자체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런 개념은 이미 1960년대에 완성됐지만 데이터가 폭증하고 컴퓨팅 성능이 발달하면서 최근에야 실현됐다. 인텔은 자사 하드웨어 기술과 소프트웨어 최적화 역량을 바탕으로 진정한 인공지능을 가능케 하려 한다.
인텔 전략은 8월 인공지능 스타트업 너바나(Nervana)를 인수하면서 날개를 달았다. 인텔이 약 3800억원에 인수한 너바나는 인공지능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은 물론 관련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인텔은 2020년까지 인공지능 학습 속도를 100배 향상시킬 수 있는 성능의 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려 한다. 학습 속도는 현재 인공지능 기술에 있어서 핵심적인 부분이다.
나 상무는 “5살 아이들에게 고양이 사진을 5장 보여주면 아이들은 6번째 고양이 사진을 보고 바로 고양이라고 인식할 수 있지만 컴퓨터를 이렇게 학습시키려면 고양이 사진을 수천장에서 수만장 정도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 신제품 출시 계획으로 전략 가시화, 구글과 협력으로 시장 선도 박차
그러나 인공지능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인텔은 이미 내년까지 너바나 기술이 녹아든 신제품 출시 일정 짜기를 마쳤다. 너바나 기술과 기존 인텔 프로세서 기술이 결합하면서 인텔 특유의 ‘틱톡 전략’은 ‘속도전’으로 전환되고 있다. 틱톡 전략이란 인텔이 프로세서 제품군의 아키텍처를 2년마다 혁신하고 해당 제품군의 반도체 미세화 공정을 그 다음해에 진행하는 것이다.
인텔은 아예 인공지능 특화 브랜드인 ‘인텔 너바나(Intel® Nervana™)’로 두 가지 제품을 발표하려 한다. 그중 하나가 레이크 크레스트(Lake Crest)이다. 내년 처에 나올 이 제품은 너바나가 자사 보유 특허를 활용해 만든 하드웨어이다.
내년 말에는 제온 프로세서에 너바나 기술을 입힌 나이츠 밀(Knights Mill)이 나온다. 나이츠 밀은 인공지능 시스템이 다양한 층위로 사고를 하도록 학습시키는 딥러닝(deep learning)에 최적화된 모델이다. 나이츠 밀을 통해 딥러닝 성능은 4배 정도 향상될 수 있다.
이미 텐서플로라는 인공지능 오픈API를 공개한 구글도 인텔을 파트너로 정했다. 이 최적화 시스템은 늦어도 2017년 1월에 공개된다.
나 상무는 “인텔은 그동안 컴퓨터 시장을 이끌어오면서 시장 신뢰를 얻어왔다”면서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신뢰를 제공하기 위해 인텔 너바나 자문 위원회(Advisory Board)를 결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이 유발할 수 있는 윤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원회 자문을 지속적으로 경청하고 이를 통해 앞으로 시장에 인공지능에 대한 방향성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