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라이언스 가입 불발 시 정부 정책 타격…부산항 환전물량도 대폭감소 불가피

현대상선의 2M 가입을 두고 업계에서 회의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얼라이언스 가입 불발 시 국내 해운업계 전반이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사진=뉴스1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글로벌 해운얼라이언스 '2M'이 현대상선과 가입 협상을 지난하게 끌고 있는 가운데, 해운업계 일각에서 가입 불발설이 제기 됐다. 현대상선은 연내 타결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2M 측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가입을 예단하기도 어려워졌다.

미국 유력 해운·물류 전문지인 저널 오브 커머스(JOC)는 지난 18일(현지시각) “현대상선의 2M 가입이 무산됐다”며 2M 회원사인 머스크가 최근 화주들에게 보낸 설명문을 공개했다.

머스크는 설명문에서 "현대상선이 2M 파트너로 합류할지를 놓고 협의해왔으나 현재 다른 방식의 협력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며 "새 협력 방식은 아직 논의 중이다. 다만 여기에는 머스크가 현대상선의 용선을 양도받아(take over) 2M 노선에 넣는 방식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JOC는 이 설명문이 곧 현대상선의 2M 가입 불발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대신 현대상선이 일부 노선에 한해 선복(slot·화물적재공간) 구매 협약을 맺어 제한적으로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머스크가 현대상선과 태평양 항로를 오가는 용선에 한해 선복을 빌리는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상선이 얼라이언스 가입에 실패하면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안’도 무력화될 소지가 크다. 특히 현대상선이 해운동맹에 참여하지 못하면 국내 환적화물이 줄어들게 돼 항구거점 도시인 부산 지역경제가 막대한 타격을 받는 다는 점에서 내용의 진위가 주목된다.

 

현대상선은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공식 해명자료를 내놨다. "2M 가입이 무산됐다는 기사는 명백한 오보"라고 주장한 현대상선은  "이달 말이나 늦어도 다음 달 초까지 본계약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은 변함이 없다"고 반발했다. 다만 JOC가 공개한 설명문은 실제 머스크가 작성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머스크가 현대상선의 2M 가입을 확정짓지 않고 다른 안을 검토 중인 셈이다.

현대상선으로서는 회생을 위해 방대한 영업망을 공유하는 2M 가입이 필수적이다. 다만 2M 입장에선 덩치가 작은 현대상선의 합류를 허용하려면 계산기를 분주히 두드려야 한다. 법정관리로 청산기로에 선 한진해운에 비해 현대상선 사세가 작은 탓이다. 2M 동맹에 속한 머스크는 319만TEU, MSC는 278만TEU에 달하는 물동량을 처리하는데 비해 현대상선은 43만TEU에 그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2M에 현대상선이 합류한다면 ‘2강 1약’ 동맹체가 돼야 한다. 동맹을 구성하고 있는 MSC와 머스크로서는 현대상선이 많은 것을 양보해야만 합류를 허용할 것”이라며 “서로가 더 얻으려고 하는 게 협상이지만, 현재 해운업계에서 현대상선 입지가 좁다보니 협상력 자체가 떨어진다. 어떻게든 타결을 원하는 현대상선이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은 지난 3월 채권단과 맺은 조건부 자율협약의 전제조건인 ▲사채권자 채무조정 ▲용선료 조정 ▲얼라이언스 가입 완료로 법정관리 위기를 피했다. 채권단 역시 현대상선이 회생하기 위해서는 얼라이언스 가입이 필수적이라 평가한 것이다. 현대상선이 2M 가입에 실패한다면 채권단 지원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

현대상선이 얼라이언스 가입에 실패한다면 정부 입장도 난처해진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내놨다. 핵심은 국내 유일 국적선사가 된 현대상선 회생이다. 초대형 선박 신조를 위한 선박펀드 규모를 기존의 두 배인 2조6000억원으로 늘리고, '한국선박회사(가칭)'을 설립해 선사 재무구조 개선을 돕겠다는 것도 그래서다.

한국선박회사는 내년 상반기 자본금 1조 원 규모로 설립되며, 정부가 80%,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10%, 민간이 10%를 출자하게 된다. 선사가 소유하고 있는 선박(사선)을 인수 시점보다 값이 떨어진 시장가에 사들인 뒤, 다시 선사에 빌려주는 운영 구조다. 장부가와 시장가 차이가 날 경우 선사의 재무상황을 고려해 차액만큼 지분매입을 통해 보전해주기로 했다.

한국선박회사가 계획대로 운용된다면 사선 24척을 보유 중인 현대상선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돼 왔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현대상선이 글로벌 얼라이언스에 가입 후, 정상적 영업활동을 재개했다는 가정 하에서다. 현대상선이 2M 가입에 실패하며 선박운용에 애를 먹을 시, 정부가 내놓은 안의 추진동력도 그만큼 상실하게 된다.

부산지역도 현대상선의 2M 가입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현대상선 위상이 줄어든다면 글로벌 선사들이 부산항을 환적거점항으로 이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진해운이 부산항에서 처리한 환적화물은 지난해 20피트 컨테이너 기준 104만개로 전체의 약 10%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처한 이후 부산항 전체 환적화물은 4.7% 감소했다.

박인호 부산항발전협의회 공동대표는 “정부가 이제와 부랴부랴 해운 지원대책을 내놓고 있다. 결국 호미를 막을 걸 가래로 막게 된 셈”이라며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국제적인 화주 네트워크와 신뢰를 한꺼번에 잃게 됐다. 이렇게 되면 현대상선을 포함해, 고려와 흥아해운 입지까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대상선이 해운동맹 가입에 성공한다고 해도 한진해운의 입지까지 올라가려면 앞으로 수십 년은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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