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일단 연루기업 피해자로 규정…추가 수사해 뇌물죄 규명에 총력

이영렬 특별수사본부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최순실 게이트'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검찰이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 연루된 기업들을 최순실 게이트의 피해자로 규정함에 따라 재계는 일단 한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향후 제3자 뇌물죄 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될 예정이어서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특히 최순실씨 측에 수십억원의 별도 자금을 지원한 삼성의 경우 이와 관련해 향후에도 집중 타깃이 될 전망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0일 발표한 중간수사결과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과 관련해 총 774억원을 낸 18개 그룹(53개 기업)을 박근혜 대통령과 최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의 직권남용 등에 의한 피해자로 규정했다. 

요구에 불응할 경우 기업들이 각종 인·허가상 어려움과 세무조사의 위험성 등 기업활동 전반에 걸쳐 직·간접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해 출연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출연금에 대해 여러 검토를 해봤다"며 "명백하게 강압적인 직권남용에 의한 출연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최씨 소유 광고회사에 일감을 준 현대차·KT, 스포츠단 창단 등에 대한 압력을 받은 포스코·그랜드코리아레저에 대해서도 압력을 받은 피해자로 판단했다. 

관심을 모았던 롯데의 경우도 일단 직권남용 피해자로 적시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14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독대했다. 독대가 끝난 후 신 회장은 박 대통령에게 K스포츠재단의 체육시설 건립자금 75억원 지원요청 건을 처리할 것을 고 이인원 정책본부장(부회장)에게 지시했다. 

안 전 수석도 독대 후 대통령으로부터 같은 이와 관련해 "진행상황을 챙겨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결국 롯데는 두 달 후인 5월 말경 6개 계열사를 동원해 70억원을 송금했다. K스포츠재단은 다음 달 검찰 수사 하루 전 이 돈을 모두 롯데에 돌려줬다. 

검찰 관계자는 "법리 검토를 많이 했지만 롯데의 부정청탁 부부은 제3자 뇌물수수 요건에 부족하다고 결론내렸다"고 밝혔다. 다만 "안 전 수석이 명확하게 돌려준 경위를 진술하지 않아 이를 확인하려면 대통령 조사가 이뤄져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외에 최순실씨 측에 별도로 51억원가량을 지원해 검찰의 집중 수사 대상이 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월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그룹 신임사장단 만찬에 참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모습. / 사진=뉴스1

 

12월 초로 예상되는 특검 개시 전까지는 이제 2주가량 남았다. 검찰은 이 기간 남은 의혹들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중간수사 결과와 관련해 "거의 99% 저희가 입증가능한 부분만 (공소장에) 썼다"고 밝혔다. 이번 공소장에 삼성, SK, 부영 관련 내용이 적시되지 않은 만큼 이와 관련해 추가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제3자 뇌물죄 수사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로서는 형량이 높은 뇌물죄 기소를 하지 못할 경우 국민적 지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특검과 국정조사가 예고된 상황에서 만에 하나 검찰 수사 종료 후 추가적인 혐의가 드러날 경우 부실 수사 비판에 시달릴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최씨 측에 51억원을 별도 지원한 삼성이 집중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추가로 수사를 해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순실게이트의 피의자로 입건된 박 대통령이 수사 협조 거부를 선언한 상황에서 검찰은 또 다른 당사자인 기업들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지원한 것과 별도로 최씨가 소유한 독일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대한승마협회 훈련 지원 명목으로 280만 유로(약 35억원)를 송금했다. 또 최씨 조카 장시호씨가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도 16억원을 지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행태가 도마위에 오르며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검찰은 박 대통령과 독대한 재벌 총수 9인과 관련해서도 추가 범죄 혐의가 발견될 경우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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