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기업 공익법인 기부 주식 의결권 제한 논의…업계 "공익법인 활동 위축" 반발
공익법인이 재벌 총수일가의 우회지배 통로가 되고 있다는 비판 속에 국회가 공익법인이 대기업으로부터 기부 받은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이 논의가 현실화될 경우 공익법인이 갖고 있는 계열사 지분이 재벌 총수일가의 지배력에 도움을 주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관련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8일 국회에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는 다음 주부터 공익법인들이 취득 또는 소유한 대기업 계열사의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기재위와 정무위에는 각각 박용진·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2건의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공익법인을 이용해 재벌 총수일가가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는 비판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지난 2월 삼성생명공익재단이 매입한 삼성물산 주식 3000억원어치를 놓고 논란이 증폭됐다. 당시 일각에선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편법을 동원했다고 비판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가운데 대기업들이 이들 재단에는 수백억원에 이르는 기부금을 출연하고 정작 자신들이 운영하는 재단은 외면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의 경우 9곳의 공익재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계열 공익법인에는 기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한 박용진 의원은 “재벌 소속 공익법인들이 출연받은 계열사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면서 의결권 행사를 통해 지배주주의 지배권을 유지함으로써 재벌들이 경제력을 집중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익법인을 악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 등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에 대해 여야 의원들은 크게 반대하지 않고 있다. 공익법인 주식기부에 대한 세금면제를 확대하자는 개정안을 발의한 여당 의원조차도 “큰 틀에서 의결권 제한을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주식기부 활성화를 통해 기업들의 공익활동을 장려하자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국회 논의가 ‘의결권 제한’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지만 통과여부는 미지수다. 대책 없이 의결권을 제한할 경우 공익법인의 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박두준 한국가이드스타 사무총장은 “사회정책 순환시스템을 만든 상태에서 이런 제도가 도입돼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선 아무런 논의 없이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제한해버리면 기업들이 기부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국회에서 공익법인을 규제하는 법안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렇다고 공익법인들을 모두 없앨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재벌들이 이를 악용하는 부분에 대해선 반드시 개선책이 필요하다. 의결권을 제한하는 부분은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