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게임, 신작 등 볼거리 풍성…넥스타 오명은 여전
17일 부산 벡스코 광장은 이른 아침부터 분주했다. 여기저기서 야외 행사장이 꾸려지고 있었다. 행사장 밖에는 이미 수백명 인파가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어린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오전 10시가 가까워지자 주 행사장인 벡스코 제1전시장 입구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개막식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외침이 들려 왔다. 오전 10시, 가상현실(VR) 기기를 쓴 서병수 부산 시장이 등장하면서 지스타 2016가 화려한 막을 올렸다.
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간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되는 지스타 2016은 35개국 600여 개사 총 2719개 부스로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됐다.
◇양적 성장 이룬 지스타…신작 및 VR게임들로 볼거리 ‘가득’
최관호 지스타조직위원회 위원장은 “방문객 동선 확보 등 면에서 더 이상 자리를 마련할 수 없을 정도로 참가 기업들 부스가 벡스코 전관을 빼곡하게 채웠다”며 “지스타를 단순히 수치로 한정해 표현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본다. 앞으로도 집계는 계속하겠지만 이제부터는 질적인 면에 무게 중심을 두고 운영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지스타는 VR 게임들이 대거 등장해 관람객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큰 인기를 끈 곳은 소니인터렉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SIEK) 부스였다.‘콜 오브 듀티:인피니티 워페어’, ‘배트맨 아캄 VR’ 등 플레이스테이션 VR(PS VR)의 주요 타이틀을 직접 시연해볼 수 있는 부스에는 참가자들의 긴 줄이 이어졌다.
대만의 HTC도 VR 헤드셋 ‘바이브(VIVE)’를 이용한 특별 체험관을 사무동에 마련 관람객으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HTC는 이날 지스타 현장에서 VIVE를 한국에 공식 출시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VIVE에서 선보인 VR게임을 시연해봤다. 게임 속에서 기자는 군인으로 변했고 눈 앞에선 적군이 총을 쏘기 시작했다. 이에 맞대응 사격을 시작했고 얼마 가지 않아 총알이 떨어졌다. 허리를 내려다보니 탄창이 매달려 있었다. 실제 탄창을 갈 듯, 왼손으로 탄창을 집어 총에 끼워 넣자 총알이 다시 장전됐다. 적의 폭탄 공격에는 한 순간 시야가 실제로 흐려지기도 했다. 마치 실제 전장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이번 지스타에서는 수많은 신작들이 방문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특히 일부 신작 게임의 경우, 이번 지스타에서 첫 시연을 할 수 있었다. 가장 인산인해를 이룬 곳은 넥슨 부스였다. 올해 최다 부스인 400부스로 이번 지스타에 참가한 넥슨은 그 규모부터가 압도적이었다. 대형 스타디움 구조로 꾸며진 넥슨 부스에는 수많은 방문객들이 동시에 게임을 즐겼으며, 중앙 대형 스테이지에서는 이벤트 경기가 치뤄지고 있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내려왔다는 대학생 이모씨는 “평소 플레이해보고 싶은 신작들을 경험해 볼 수 있어 좋았다”며 “부산까지 내려온 보람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메인 스폰서를 맡은 넷마블게임즈 부스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특히 리니지 지적재산권(IP)을 이용해 개발한 모바일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 스타워즈 IP를 이용해 만든 ‘스타워즈 포스아레나’에 관람객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다양성 사리진 지스타…넥스타 오명 아쉬워
그러나 이번 지스타 2016도 ‘넥스타(넥슨+지스타)’라는 오명을 벗어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스타에는 몇년전부터 넥스타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고 있다. 넥슨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크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이번 지스타 2016에서도 넥슨 부스가 400부스로 가장 많았다. 메인스폰서인 넷마블과 프리미어 스폰서인 룽투코리아가 각각 100부스 규모로 참가한 점에 비춰볼 때, 엄청난 규모라 할 수 있다.
특히 일반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지스타 B2C관에는 수많은 중소·중견 게임업체들이 참가 거부 의사를 밝혔다. 국내 빅3 중 하나인 엔씨소프트마저 신작 발매 집중 등을 이유로 참가하지 않았다. ‘리그오브레전드(LOL)’로 유명한 라이엇게임즈,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블리자드도 이번 지스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위메이드, 스마일게이트, 게임빌, 컴투스 등 일부 게임사들은 B2C관이 아닌 B2B관에만 참가했다.
업계에서는 지스타와 같은 대형 전시회의 경우, 모바일게임보다는 PC온라인게임을 전시하기에 더 적절하다고 말한다. 최근 모바일게임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새로운 PC온라인게임 신작이 뜸해지자 자연스레 지스타 참가도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게임업계 매출 상황 등이 안좋아진 점도 지스타 참가 감소에 크게 작용했다는 평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 넥슨이 부스를 채워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할 상황”이라며 “다만 넥슨 게임이 주를 이루다 보니, 예전에 비해 다양성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지스타에 처음 방문했다는 김민수(32·가명)씨는 “생각했던 것 만큼 즐길거리가 풍부하지 않았다”며 “행사장을 둘러보고 난 뒤 기억에 남는 건 넥슨뿐일 정도로, 넥슨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B2C관뿐만 아니라, B2B관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B2B관에 참가한 한 업체 관계자는 “최근 중국 ‘차이나조이’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지스타의 영향력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스타 조직위원회가 이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취재를 마친 오후 5시에도 여전히 수많은 방문객들로 행사장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몇몇 학생들은 기쁜 얼굴로 선물 보따리를 짊어진 채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지스타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게임행사다. 그러나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지스타가 위기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국내 주요 업체 및 해외 유명 업체의 참가율 저조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기쁜 얼굴로 돌아가는 유저들의 모습을 계속 보기 위해선 참신한 기획과 새로운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