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후 정부 입김 예측 어려워

임기말인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연임 여부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사진=뉴스1

우리은행이 민영화에 한발 다가섰다. 이에 이광구 행장 연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서금회 논란을 겪고 있는 이 행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후 부담이 커졌다. 연임을 반대하는 내부 세력도 있다.


이광구 행장은 지난 14일 사내 특별방송을 통해 "2017년 5대 신성장동력 육성을 통해 더 큰 도약을 하고자 한다. 첫째로 금융지주체계를 재구축해 대한민국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서 위상을 가지겠다"고 말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우리은행 지분 인수 최종 낙찰자 7사를 선정한 뒤 하루만의 발표다. 낙찰자들이 지분 인수 대금도 납부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를 두고 임기 말인 이 행장이 연임 의지를 밝힌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임기 말에 지주사 전환 계획 등 내년 경영전략을 밝힌 것은 연임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민영화 본입찰이 성공적으로 끝난 점도 이 행장 연임 가능성을 높여준다.

은행권에서는 정부의 우리은행장 선임 영향력에 대해 의견이 갈렸다. 지분 매각 절차가 끝나도 예금보험공사 지분이 21.4% 남아있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우리은행을 민간이 주도하는 자율경영에 맡기겠다고 했으나 아직 지분이 21% 남아 있다"며 "예금보험공사는 우리은행 과점주주로 참여한 한화생명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행장 선임에서 정부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 기존에 정부와 손발을 맞춰 온 이광구 행장이 다른 후보들보다 유리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반면 정부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후 우리은행장 선임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워졌다는 의견도 있다.

최순실 사태는 서금회 논란을 겪은 이 행장의 부담도 키웠다. 서금회는 박근혜 대통령 모교인 서강대 출신 금융인들의 모임이다. 이광구 행장은 1980년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광구 행장은 2014년 취임식 후 "서금회는 식사를 함께 하는 친목단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정권 퇴진 요구 시위가 이어지며 이 행장의 연임 부담은 커졌다.

이 행장 연임에 대한 내부 반대 세력도 있다. 한일은행 출신들이 연임에 반대하고 있다. 1999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쳐 한빛은행이 탄생했다. 한빛은행은 우리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 행장은 상업은행 출신이다. 이순우 전 행장에 이어 두번 연속 상업은행 출신이 행장을 맡았다. 이순우 전 행장 이전에는 한일은행 출신이었던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이었다.  현재 한일은행 출신으로 차기 행장에 가장 가까운 이는 이동건 그룹장이다.

한일은행 출신 우리은행 관계자는 "재무, 감사, 인사 등 요직은 거의 상업은행 출신이거나 이 행장과 친분이 두터운 사람들이 차지했다. 한일은행 출신들이 소외받고 있다"며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업은행 출신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장으로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요직에 배치할 수 밖에 없다"며 "한일은행 출신이 은행장을 했을 때도 그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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