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강등우려에 주가 연일 하락…박창민 사장체제 시련 맞아
박창민 사장 취임 이후 대우건설이 첫 암초를 만났다. 대우건설의 3분기 재무제표에 대해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감사의견 거절'을 내놓은 사실이 연일 회자되고 있다. 상장 업체에 대한 드문 사안인 만큼 관련 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건설사들의 해외부문 미청구공사 감소노력 및 회계법인의 엄격한 감사기준 확립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과 '별반 영향이 없을 것'이란 의견이 나뉘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내놓은 3분기 별도, 단독 재무제표에 대해 지정감사를 맡은 안진회계법인이 검토의견으로 '의견 거절'을 제시했다.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은 기업 경영에 큰 타격을 주는 사안이다. 코스피시장에 상장된 기업일 경우 반기, 연말 사업보고서가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을 시 관리종목 지정 및 거래정지 조치를 받는다. 대우건설의 경우는 반기나 연말이 아닌 분기보고서라 이런 제재조치를 받지는 않는다.
회계법인이 피감사기관의 분기 및 사업보고서 감사의견을 거절하는 경우는 두가지로 나뉜다. 보고서의 정보가 불충분하거나 회계작성시 독립성이 없다고 판단됐을 때다. 이 경우 '정보 불충분'이 주된 사유였다.
안진회계법인이 감사의견거절을 낸 것은 공사수익, 미청구(초과청구) 공사, 확정계약자산(부채) 등 주요 계정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할 “적합한 증거”를 제시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해외부문의 불확실성과 부족한 정보가 의결거절의 이유가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회계법인은 기업의 분기보고서를 연말, 반기 사업보고서 대비 엄격히 들여다보지 않는다. 분기별 보고서를 유연하게 검사한 후 1년치 보고서를 한꺼번에 타이트하게 확인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또한 보고서 감사진행 경험이 누적되면서 정보제출 범위 등의 협의를 거쳐 협의된 보고서를 내놓는다. 그만큼 안진 회계법인이 정보부족을 이유로 3분기 대우건설 보고서에 의견거절을 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건설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상장사 기준 2개 기업 실적보고서가 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았다. 그나마도 대기업이 아닌 법정관리 회사가 대다수였다”라며 “(안진 회계법인이 대우건설 분기보고서에 검토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파장은 컸다. 안진회계법인이 대우건설의 3분기 재무제표에 대한 검토의견으로 ‘의견거절’을 내놓자 ’3개 신용평가사(NICE 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는 대우건설의 등급하향을 검토한다고 일제히 발표했다.
대우건설 주가는 안진 측 보고서가 나온 14일 이래 연일 하락세다. 17일 대우건설 주가는 종가 기준 5480원으로 15일 종가(5810원) 대비 –5.67% 감소했다. 3일새 시가총액 5000억원 가량이 증발했다.
대우건설 측은 이번 사건과 별개로 2016년 사업보고서를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더 깐깐한 회계기준 확립으로 이어질 것 vs 별다른 영향 없을 것
안진회계법인이 검토의견을 거절한 이유로는 '산업은행 계열 부실회사'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대우건설과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다. 앞서 안진회계법인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당시 회계사가 구속된 경험을 지니고 있다. 대우건설 역시 2013년 부실회계 문제로 금감원의 제재를 받았다. 이에 올해부터 안진회계법인이 지정감사를 맡았다. 산업은행 계열회사에서 또다시 문제가 발생하면 안진회계법인이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안진회계법인은 회계법인 업계에서 세손가락 안에 든다. 다만 업계 선두주자인 삼일회계법인과는 규모 차이가 상당하다"며 "산업은행 계열이면서 부실회계 작성전력이 있는 회사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안진의) 업계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 이에 이전보다 더 회계기준을 엄격히 적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사안으로 회계법인이 건설업계 회계를 좀더 꼼꼼히 확인할 것이란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건설업과 수주산업은 진행률을 기초로 한 회계작성법으로 명확한 이익을 산출하기 어렵다는 논란이 일었다. 수주산업은 공사진행 과정에서 대금이 들어오지 않아도 매출과 이익계상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회사가 공사진행 과정을 산출하는 '진행률'을 자의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는 문제제기가 이뤄졌다. 안진회계법인이 건설업계 회계분석 강화에 불을 지폈다는 의견이다.
한종수 이화여대 회계학과 교수는 특히 회계법인들이 건설사의 해외사업 부문 분석에 더 공을 들일 것으로 전망한다. 해외사업 부문은 공사원가에 따른 수익, 비용계상을 투자자와 회계법인이 직접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잠재적 부실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한종수 교수는 “해외사업은 건설사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그만큼 위험요인도 크다. 이전에는 회계법인들이 다만 해외부문 부실을 중요하지 않게 생각했다. 다만 최근 건설사의 부실·분식회계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회계법인들이 해외부문을 중점적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건설사 해외사업 부문에 대해 회계법인들이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차원에서 해외부문 미청구공사를 줄이는데 더 주력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미청구공사는 공사를 진행했지만 대금을 청구하지 않은 금액이다. 발주처와의 인식차이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대금회수 기간도 길고, 손실 가능성이 높아 건설업계 재무건전성 부실로 이어지는 '뇌관'으로 인식된다. 안진회계법인이 대우건설 사업보고서 의견제시 거절사유로 미청구공사를 근거로 든 만큼 건설사들이 이를 줄일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건설사 모두 미청구공사를 줄이는 상황이다. 이를 잠재부실로 인식되는 세간의 인식 때문"이라며 "아무래도 건설사들이 이전보다 더 미청구공사에 신경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사안의 영향력이 업계 전반으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산업은행 소속인 대우건설의 부실회계 작성전력이란 '특수성'이 이번 사안의 핵심이라는 주장이다.
건설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부실의 책임소재가 있는 산업은행에 대한 문제점검 차원에서 이번 감사의견 거부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전보다 건설사가 해외수주시 수익성 위주 공사 수주전략과 미청구공사 감소를 위한 노력을 진행할 수는 있다”면서도 “건설업계 전반적으로 영향력이 커지는 부분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도 건설업계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건설업은 여타 산업과 다른 특성을 강하게 지닌다. 올해 회계법인이 변경되면서 서로 간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건설업의 문제가 아닌 업종의 특수성에서 비롯된 문제다. 최근 건설업이 분식‧부실회계로 투자자들에게 불신을 받긴 했다. 그래도 이번 사건이 건설업종 본연의 위험에서 비롯됐다고 보기 힘들다. 시장은 물론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