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업계 “운행일지로 실제 업무에 사용했는지 판단 쉽지 않아”
정부가 법인이름으로 등록된 고가 차량의 사적 사용을 제한하기 위해 올해부터 실시한 일명 ‘슈퍼카 방지법’이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올초 정부는 세법을 개정해 업무용 승용차에 비용 인정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지난해까지 정부는 개인과 법인의 업무용차량의 감가상각비, 리스료, 유류비, 수선비, 주차비 등 사업자가 신청하는 금액을 한도 없이 비용으로 인정했다.
그런데 이들 업무용차량이 오너 일가의 개인적 용도로 사용되면서 비용은 비용대로 인정받아 탈세 창구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자 정부가 직접 나서 관련법령을 개정했다.
정부는 업무용차량이 개인적 용도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업무전용자동차보험 가입, 운행일지 작성 등 이전보다 엄격한 비용인정 기준을 마련했다.
이에 현재 업무용차량을 운영하는 사업자는 임원 또는 사용인, 기사가 운전하는 경우에만 보상이 가능한 업무전용자동차보험을 가입하고 운행일지까지 작성해야 비용을 인정받을 수 있다. 신청한 비용 전액을 인정하던 것도 1000만원(감가상각비 800만원과 그 외 비용 200만원)까지는 전액을, 그 초과분은 실제 업무에 사용한 만큼만 비용으로 인정된다.
만약 업무에 사용하지 않은 부분을 비용으로 신청하다 적발될 경우 해당 법인에게는 비용 불인정으로 법인세가, 해당 차량을 이용한 자에게는 해당 비용부분을 상여로 처분해 소득세가 부과된다.
이처럼 이전보다 업무용차량에 대한 비용 인정이 기준이 강화됐지만 해당 차량이 실제 업무에 사용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운행일지 등으로는 가짜 비용을 완벽히 잡아낼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한 중견기업 재무팀장은 “업무용차량에 대해 이전보다 비용기준이 강화된 것은 사실이다. 국세청이 제시한 운행기록 서식에 맞춰 운행일지를 작성하고 있지만 이 기록들이 실제 업무에 사용했다고 보긴 힘들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정부는 업무용차량이 ‘제조·판매시설 등 해당 법인의 사업장 방문, 거래처·대리점 방문, 회의 참석, 판촉 활동, 출·퇴근 등 직무와 관련된 업무수행’(법인세법 시행규칙 27조의2)을 했을 때 실제 업무에 사용했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이런 업무활동들은 충분히 조작이 가능하고 국세청 직원이 일일이 현장을 방문하지 않는 이상 적발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문성환 세연회계법인 회계사는 “운행일지만으로는 업무용차량이 실제 업무에 사용됐는지 여부를 가려내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 “(해당 기업들이) 세무조사에 나올 것을 대비해 출장품의서 등 관리대장을 만들어 놓는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법인세를 신고할 때마다 국세청이 모든 기업의 운행일지를 검토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비용인정 방법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운행일지가 실제 업무에 사용됐는지 여부는 국세청 세무조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데 세무공무원 인력의 한계 때문에 (운행일지 조작을) 가려는 게 쉽지 않다. 프랑스처럼 근로소득자들이 소유하고 있는 차량의 연간운행거리와 승용차의 배기량 등을 참고해 일정액을 비용으로 인정하는 것이 쉽고 간단하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쉬운 수치로 제시돼야 납세자 입장에서도 편하다. 운행일지는 자의성이 심하기 때문에 이를 검증하는 절차가 뒤따라야 하는데 결국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