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변화와 따로 노는 전기차 집착…“보조금 대상을 친환경차 전반으로 넓혀야”

정부가 올해 추진한 친환경차 보급 정책은 실패했다. 전기차 보급 확대에만 집중한 탓에 올해 들어 신차 효과로 성장세를 탄 하이브리드차 시장의 저변 확대를 가속하지 못한 탓이다. 내년에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가 잇따라 출시될 예정이지만 정부는 여전히 전기차만 붙잡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8월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 644억원을 포함하며 올해 한 해에만 전기차 구매 보조금 2129억원을 쏟아 붓는다는 계획이다. 다만 올해 들어 10월까지 전기차 판매는 정부 보급 목표치의 20%대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예산은 지난해보다 200%로 증가했지만, 판매량은 같은 기간 11.8%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하이브리드차는 올해 들어 10월까지 5만1244대가 팔리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3.3% 판매량이 증가했다. 정부가 올해 설정한 보급 목표치인 4만400대를 훌쩍 넘어선 판매량이다. 이에 따라 올해 정부가 설정한 하이브리드차 구매 보조금인 456억원은 이미 동났다. 정부는 올해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보조금 예산을 하이브리드차로 전용했다. 

현대차 아이오닉(위), 도요타 프리우스(아래). / 사진 = 시사저널e

 


문제는 시장과 동떨어진 정부 보조금 정책이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라는 데 있다. 자동차 업계 한 전문가는 “올해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이 급증한 이유는 현대차 아이오닉, 기아차 니로, 토요타 프리우스 등 신차 출시가 이어졌기 때문인데 정부는 이를 고려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년에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출시가 이어질 예정임에도 정부는 여전히 전기차에 매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환경부는 최근 2017년 예산안을 내고 전기차 보조금 예산을 올해 처리하지 못한 보조금 예산보다 77.9% 늘어난 2643억원으로 편성했다. 올해 실현하지 못한 전기차 보급 목표치를 누적 판매량으로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반해 내년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보조금 예산은 하이브리드차 보조금 예산에 포함됐다. 2017년 예산안에 따르면 환경부는 하이브리드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보조금 예산을 올해보다 13.1% 증가한 525억원으로 편성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보조금 예산 산정이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한다. 내년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신차가 대거 쏟아질 예정인데 따라 전기차보다 오히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보조금 확대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한국토요타는 내년 상반기에 프리우스 플러그인하이브리드 프리우스 프라임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BMW는 330e, X5 x드라이브40e, 740e 등 3개 차종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을 국내에 내놓을 예정이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차가 내년 아이오닉과 니로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각각 출시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는 전기차와 내연기관 장점을 취한 덕에 전 세계적으로 더욱 많은 차종이 보급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전기차 보급 목표 대수에 집착하지 말고 보조금 항목을 친환경차로 넓혀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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