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에 새로운 생존전략…"무리한 자본확충 주주 가치 훼손 소지" 지적

수익성 악화로 신음하고 있는 증권사들이 앞다퉈 덩치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이 내세운 초대형 투자은행(IB)이 증권사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앞다퉈 자기자본 확충을 서두르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메리츠금융지주와 포괄적 주식 교환 방식을 통해 메리츠캐피탈을 100%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라고 16일 공시했다. 이로 인해 메리츠종금증권의 자기자본은 1조8000억원대에서 2조2000억원대로 늘어나게 됐다.

증권사 중 유일한 종합금융사인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부터 몸집 불리기에 적극적이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자기자본은 2014년 9월까지만 해도 7900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아이엠투자증권을 인수하고 유상증자 등을 실시해 자기자본을 1조8000억원으로 늘렸다. 이번에 다시 메리츠캐피탈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자기자본이 3배가까이 불었다.

이 같은 몸집 불리기는 정부 정책과 관련성이 크다. 금융당국은 자기자본을 3조원, 4조원, 8조원 이상으로 구분해 자본 규모에 맞춰 차별화된 인센티브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020년이면 종합금융업 라이선스가 만료된다. 메리츠종금증권으로선 새로운 대안이 필요했고 정부가 육성하려는 ‘대형 IB’가 목표가 됐다. 금융당국이 지난 8월 발표한 초대형 IB 육성방안에 따르면 자기자본이 3조원이 넘으면 대형 IB로 불리는 종합금융투자업자가 돼 기업을 상대로 신용공여 업무 등을 할 수 있다.

메리츠종금증권 외에도 증권사들은 정부 정책에 기대 새로운 성장 동력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증권사들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떨어지고 있는 등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 3분기말 ROE(연환산 기준)는 4.1%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반토막이 났다. 미래에셋증권(4.2%), 삼성증권(5.4%), 신한금융투자(4.4%) 역시 지난해와 비교해 ROE가 절반 가까이 떨어진 처지다.

이에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이 기존 거래중개업(브로커리지) 위주 영업에서 벗어나 기업 인수·합병(M&A) 중개, 종합 기업금융 등으로 업무 영역을 넓혀나가야 한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자기자본을 3조원, 4조원, 8조원 이상으로 구분해 자본 규모에 맞춰 차별화된 인센티브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자기자본이 4조원이 넘는 IB는 자기자본의 200% 한도에서 1년 이내의 어음 발행 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 자본금 8조원 이상이면 종합투자계좌(IMA)를 운용할 수 있다. IMA는 증권사가 고객이 맡긴 돈을 운용해 원금에 수익을 더해 상환하는 상품이다. 정부의 초대형 IB 육성방안은 내년 2분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미 미래에셋대우와 합병으로 자기자본 규모가 6조7000억원이 됐다. 일각에선 미래에셋증권이 유상증자 등 자본 확충을 통해 자기자본 8조원대 초대형 IB 조건에 맞출 것이란 예측을 하고 있다. 내년 초 출범하는 통합 KB증권 역시 합병을 통해 3조8000억원대 자기자본을 갖추면서 자기자본 4조원 조건 충족에 다가섰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지난 7월 5000억원대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2조5000억원에서 3조원 이상으로 확충해 3조원 조건을 맞춰놓은 상태다.

다만 몸집 불리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주주가치 희석, 차별화 전략 없는 무분별한 덩치 키우기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는 정부가 내놓은 조건에 충족하기 위해 자본 확충을 무리하게 진행하는 측면이 있다. 증자를 통해 증권사 이익을 극대화한다면 모르겠지만 유상증자로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주주들일 가능성이 높다”며 “조건만 맞추고 보자식으로 접근하는 것도 문제다. 규모보다 차별화된 전략을 짜는 것이 몸집을 불리는 증권사들에 더 중요한 과제다”라 밝혔다.

 

국내 증권사들이 정부 IB 육성 정책에 기대 자기자본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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