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계 시승 마케팅 차원…카카오택시 가입자만 850만명

갈 곳 잃은 판매촉진 활동의 종착역 정도로 여겨졌던 카카오택시가 자동차 시승 창구로 떠오르고 있다. 향후 수년간 발이 돼 줄 값비싼 소비재인 자동차를 구매하기에 앞서 차량을 시승하려는 소비자 요구에 카카오택시가 시승 이벤트로 차량 경험의 새 장을 열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시승을 통한 고객 확보에 심혈을 기울여 온 완성차 업체에도 이익이다. 특히 상시 시승센터를 운영하는 현대·기아자동차와 같은 국내 완성차 업체와 달리 브랜드 접근성이 떨어지는 수입차 업체가 카카오택시 시승 이벤트를 반기는 분위기다. 직접 고객을 찾아가는 서비스인 데다 시승센터 운영을 위한 인건비, 임대료 등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카카오택시는 지난 7월부터 택시를 호출한 승객들의 출발 지역, 이동 거리, 시간대 등을 반영해 제휴한 완성차 업체 차량을 배차하는 시승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가 카카오택시에 시승 창구 이용료를 내고 승객은 별도의 택시비 부담 없이 시승 차량으로 목적지까지 이동한다. 승객이 원하면 해당 차량을 직접 운전해 볼 수도 있다.

◇ 디젤게이트에 고개 숙였던 카카오택시


1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택시는 7월 초 폴크스바겐을 참여 기업으로 정하고 서울 및 경기 6개 지역에서 중형 세단 파사트, 소형 해치백 골프 GTI 등 총 25대의 시승 차량을 운행했다. 탑승자 전원에게 엔진 오일 교환권을 배포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벤트도 진행했다. 

 

카카오택시가 폴크스바겐과 제휴를 맺고 진행한 폴크스바겐 시승 이벤트 차량. / 사진 = 카카오택시

 

다만 카카오택시는 첫 번째 이벤트 참여 업체인 폴크스바겐이 소음·배기가스 시험성적서 조작으로 여론을 뭇매를 맞으면서 곤혹을 치렀다. 폴크스바겐이 환경부 리콜 명령에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서 고객들의 불신이 커지자 판촉 방식을 달리하고 카카오택시를 이미지 쇄신 수단으로 활용한 탓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이벤트를 진행한 것 같다”, “카카오택시가 폴크스바겐의 갈 곳 잃은 판촉의 수단이 됐다”는 반응이 잇따라 올라왔다.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김재영(27) 씨는 “폴크스바겐 택시 시승 당첨 문자를 받자마자 거절 버튼을 눌렀다”며 “폴크스바겐이 한국은 할인과 같은 마케팅 비용만 늘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어졌다. 카카오택시가 미국 자동차 브랜드 포드를 폴크스바겐 이후의 참여 업체로 선정하고 지난 9월 5일부터 한 달간 서울 및 성남 지역에서 디젤 차량 라인업을 시승 이벤트에 포함한 것이 악수였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디젤게이트 이후 점유율 하락을 겪는 디젤 라인업을 가져온 것은 소비자가 거부할 수 없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사과가 아닌 환심을 산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디젤게이트 이후 디젤 라인업을 시승 이벤트에 활용하는 것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했다”면서 “디젤차라 진행하면 안 된다고 생각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 반감 상쇄하는 뚜렷한 홍보 효과…가입자 850만명


폴크스바겐으로 인한 반감으로 시승 이벤트 홍보에 나서지도 못했던 카카오택시가 완성차 업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피아트 크라이슬러코리아와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부터다. 카카오택시는 9월 19일부터 1주일간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피아트 500X로 시승 이벤트를 진행했다.

시승 기간인 7일(9월 19일~9월 25일) 동안 인스타그램에는 피아트 500X 시승 이벤트와 관련한 게시물이 30여 건 넘게 올라왔다. 이어 페이스북 포스트로는 10여건 이상이 네이버 블로그로는 22건에 달하는 시승과 관련한 경험담이 올라왔다. 지난 8월 16대에 불과했던 피아트 소형 SUV 500X 판매량은 지난 9월 25대로 한 달 사이 56% 증가했다.

피아트 크라이슬러코리아 관계자는 “카카오택시와 함께한 시승 이벤트는 차량을 원하는 고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100% 차량 필요 고객에게 차량에 대해 안내할 수 있어 긍정적 효과가 배가됐다”고 말했다.

수입차 업체 한 관계자는 카카오택시가 850만에 이르는 가입자를 거느리고 있다는 점도 완성차 업체엔 매력적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최근 자동차 시장 핵심 구매층으로 떠오른 30~40대가 카카오택시 이용자의 30% 이상을 차지한다”며 “구매력이 큰 고객층에게 차량 체험기회를 자연스럽게 제공할 수 있는 점이 유용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카카오택시 시승 프로그램으로 이미 성과를 본 피아트는 11월 7일부터 연말까지 피아트 500X 차량으로 다시 한 번 참여할 것을 확정해 운영 중이다. 한국GM도 서울 강남·송파구, 경기도 성남·안양시 등에 최근 출시한 소형 SUV 신형 트랙스 25대 운영해 고객 대상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한국GM이 이달 13일부터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 스마트 드라이빙 이벤트를 카카오택시와 진행한다. / 사진 = 한국GM

 


한편 카카오택시 시승 이벤트에 참여하고자 하는 완성차 업체의 참여 지원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28일부터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전면 시행되면서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시승 행사가 줄어 제품성과 관련한 홍보 효과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올해 안에 시승 이벤트를 진행하고자 논의 중인 완성차 업체가 많다”면서 “완성차 업체가 원하는 부분과 이용자가 원하는 부분이 잘 섞여든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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