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에 박대통령·최순실씨 있는 것은 공통점…강압성·대가성 여부가 핵심

지난 12~13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재벌총수 7인.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오는 16일 이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앞두고 주말 사이 재벌 총수들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기금 모금 출연의 강제성·대가성 외에도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그룹별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됐다. 의혹은 그룹마다 제각각이지만 모두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중심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지난 12~13일 재벌 총수 7명을 불러 조사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12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데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13일 불려 나와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7월 당시 수감 중이었던 최 회장은 지난 2월 박 대통령과 독대한 사실이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총수들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의 강제성·대가성 여부와 함께 개별 기업별 관련 의혹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현재 그룹별로 이번 게이트와 관련해선 입장이 다르다. 검찰 관계자는 "모두 같은 구조가 아니다. 의혹 케이스마다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총수들에 대한 소환에 앞서 검찰은 각 기업들의 임원들을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등과 관련해 대다수 임원들은 강제성 및 대가성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총수들에 대한 직접 조사를 택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작용했다. 검찰은 일단 총수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지만 향후 대가성이 드러날 경우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은 13일 오후 출석해 14일 새벽 2시경 귀가했다. 삼성은 현재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주요 그룹 중 최씨 측에 가장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르재단에 125억원, K스포츠재단에 79억원을 출연했다. 전체 재단 출연금 774억원의 4분의 1을 넘는 액수이다.  

 

◇삼성, 박근혜정부·최순실과 3자 거래 의혹…적극 협조 정황

 

더욱이 대한승마협회를 통해 최씨 딸 정유라씨에게 280만 유로(약 35억원)를 특혜 지원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재단 출연 그룹 중 삼성 서초사옥과 승마협회, 한국마사회 등에 대해 지난 8일 11시간 넘게 압수수색을 단행한 바 있다.

 

삼성은 지난해 2월 한화그룹으로부터 승마협회 회장사를 넘겨받았다. 현재 승마협회 회장과 부회장은 각각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과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가 맡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8월 법무실 수석변호사와 함께 독일에서 승마 훈련 관련한 문제를 논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울러 문구회사인 모나미를 앞세워 최씨 측을 위해 승마장을 구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모나미는 지난 5월 230만 유로(약 29억원)를 들여 독일 엠스데텐에 승마장을 구입했다. 비슷한 시기 삼성은 모나미와 99억원대의 프린터·사무기기 관리 용역 계약을 맺어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앞서 SBS는 비덱스포츠 공동대표를 지낸 로베르트 쿠이퍼스 독일 헤센주 승마협회 경영부문 대표의 말을 인용해 삼성·최순실·정부 간 3자 거래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삼성이 경영과 관련한 정부 지원을 약속받고 최씨 측에 총 2200만 유로(약 28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삼성은 실제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 삼성물산 합병은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으로선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다. 구 삼성물산 지분 11.61%를 가졌던 국민연금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난해 7월 표 대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난 13일 취재진이 서울중앙지검 출입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다리고 있다. 검찰은 재벌총수 7인이 참고인 신분인 점을 감안해 각 그룹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들을 비공개로 소환조사했다. / 사진=뉴스1

 

지난해 5월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계획이 발표되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등을 비롯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합병비율 산정에서 제일모직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것이 주된 논리였다. 국민연금은 국내외 거센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격적으로 합병에 찬성했다. 이 같은 입장은 직전 SK C&C와 SK 간 합병에 반대하던 국민연금의 논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다.

당시 제일모직 주식 저평가 논란에 대해 서울고법은 일성신약 등 구 삼성물산 주주들이 제기한 구 삼성물산 주식매수가격결정 신청 사건에서 합병 당시 적정한 구 삼성물산 주식 가격을 실제 매수 청구 금액보다 16.37% 높게 판단했다. 이를 토대로 시민단체들은 이 부회장 등 삼성 경영진과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한진·CJ 상대로 정권 차원 압박 의혹 조사

반면 한진과 CJ의 경우는 기금 출연과 함께 박근혜정부 하에서 정권 차원의 각종 압력에 시달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조양호 회장을 상대로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미르재단에 10억원을 낸 배경과 함께 지난 5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난 상황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은 청와대가 평창동계올림픽 시설공사와 관련해 스위스 회사 누슬리에 대해 알아보라는 지시를 거부했다가 조직위원장에서 경질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누슬리는 당시 최씨 소유의 더블루K와 협약을 맺은 상태였다. 

조직위는 조 회장 경질 당시 '그룹 경영 복귀를 위한 사의 표명'이라고 밝혔으나 최근 김종덕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조 회장에게 경질 통보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 조 회장도 최근 취재진과 만나 이 같은 보도 내용에 대해 "90%는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검찰은 손경식 회장을 상대로 박 대통령과의 독대 내용,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CJ의 13억원 출연 배경 외에 이미경 부회장 등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경영 퇴진 압박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했다.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2013년 7월 손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VIP(대통령) 뜻'이라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총수가 구속된 그룹에서 경제단체장을 맡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이유를 댔다. 결국 손 회장은 같은 달 대한상의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직전 7년 동안 대한상의 회장으로 재임했고 임기도 2년가량 남은 상황이었다. 손 회장은 이재현 회장 모친 손복남 고문의 남동생이다. 
 
이후 박근혜 정부는 이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에게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라고 요구했다. 조 전 수석이 2013년 10월경 손 회장을 통해 이 부회장의 경영 퇴진을 요구한 것. 이 부회장은 손 회장에게 이를 직접 듣고도 믿을 수 없다며 공개적인 확인 전화까지 요구했다. 

전화통화에서 조 수석은 누구의 뜻인지 묻는 손 회장의 질문에 "VIP 말씀"이라고 답했다. 그는 "너무 늦으면 진짜 난리가 난다. 지금도 늦었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같은 해 12월 특정한 날짜를 사퇴시한으로 언급하며 사퇴를 거부할 경우 검찰 수사와 국세청 세무조사가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부회장 측은 통화 녹음 파일을 청와대에 제보했으나 이후 정권 차원의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실제 국세청은 CJ 계열사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고, 이 부회장은 결국 2014년 10월 그룹 경영에서 물러나 미국으로 출국했다.

나머지 현대차, SK, LG, 한화와 관련해선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 외엔 별다른 의혹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은 이들 그룹 총수들을 상대로는 기금 출연 배경과 독대 시 오고 간 대화에 대해서 집중 추궁했다.  이들 재단에 현대차는 128억원, SK는 111억원, LG는 78억원, 한화는 25억원을 각각 출연한 바 있다.

한편 검찰은 15일과 16일 사이 박 대통령에 대해 대면조사를 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청와대와 조율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요일(16일) 이후로 조사 일정이 잡히면 수사에 지장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며 "검찰 입장에선 수요일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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