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업과 함께 최순실 게이트 연관 의혹에 실적부진까지 겹쳐
포스코건설이 내‧외부 풍파에 휘말리고 있다. 최대주주인 포스코의 권오준 회장이 최순실 게이트 관련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직접적으로는 부산 해운대 엘시티 인허가‧이란 K타워프로젝트 관련 최순실 연계 의혹도 받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올들어 실적마저 부진한 상태다.
포스코건설의 모기업 포스코는 지분율 52.8%(보통주 2207만3568주)의 최대 주주로 군림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포스코는 포스코건설 주식 1081만주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에 매각했지만 여전히 포스코건설에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모기업과 포스코건설 양사 모두 최순실 게이트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 11일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최순실 씨 측근인 차은택 씨가 연관된 혐의가 포착된 ‘포레카 강탈 의혹’ 때문이다.
2014년 포스코 계열 광고업체인 ‘포레카’ 매각 당시 최순실씨의 문화계 측근인 차은택씨에게 이권을 챙겨주는 목적이 있는지를 검찰은 권오준 회장을 대상으로 밤샘 조사했다. 이로써 포스코는 최순실 게이트 연관 인물로 거론된 대기업 총수 가운데 가장 먼저 검찰에 출두하는 굴욕을 맞았다.
권오준 회장의 검찰출두는 포스코건설에게도 반갑지 않다. 포스코건설은 최근 3년 간(상반기 기준) 매출액의 8.94%를 포스코에서 올리고 있을 만큼 모기업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 모기업 포함 그룹 발주 물량은 다른 공사 대비 높은 이익이 보장된다.
최근 3년 간 상반기 기준 포스코 발주물량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12.35% ▲2015년 7.60% ▲2016년 5.64%로 줄어들고 있다. 권오준 회장을 대상으로 한 검찰의 수사 장기화는 그룹 발주 물량 축소 등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모기업 뿐만 아니라 당사자인 포스코건설도 최순실 관련 의혹으로 곤욕을 치른 전력이 있다.
포스코건설은 미르재단이 참여한 K타워프로젝트로 최순실씨와 엮였다. K타워프로젝트는 한류전파와 문화복합공간을 설립하는 사업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5월 이란 순방 때 포스코건설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란교원기금과 사업추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해당 MOU에 미르재단이 한류교류증진 주체로 적시된 것이 논란이 됐다.
가장 최근엔 포스코건설이 엘시티(LCT) 사업 시공사 참여과정에 최순실씨가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엘시티는 부산 해운대에 지어질 초고층 빌딩이다. 엘시티는 2015년 10월 착공식 전부터 잦은 도시계획 변경 및 사업계획 변경 등으로 특혜의혹이 나왔다. 최근 엘시티 이영복 회장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
엘시티는 총 사업비만 3조원에 달한다. 시행사가 책임준공을 요구하면서 시공사를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책임준공은 시행사 부도 시에도 완공을 책임지는 계약이다. 현대건설은 책임준공을 이유로 시공사 선정을 거부했다.
포스코건설이 책임준공을 도맡으면서까지 시공사로 나선 배경에 최순실씨가 뒷배경으로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엘시티 시행사 대표인 이영복 회장은 최순실씨가 운영하는 ‘계’에 매월 1000만원 이상의 곗돈을 넣으며 친분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포스코건설 측은 대형 프로젝트 진행 시 자금조달 상 책임준공을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또한 검찰수사가 시행사에 초점을 맞춘 만큼 시공사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 부진한 실적도 구설수 올라
포스코건설은 정치적 의풍과 함께 실적부진 관련 구설수에도 오르내리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올해 좋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 1조원(1조343억원)을 달성하며 4년 만에 분기당 실적 1조 클럽에 재진입했다. 계열사인 ▲포스코대우 ▲포스코강판 ▲포스코에너지 등도 모두 무난한 성적표를 받았다.
포스코건설만이 예외다. 올 상반기 포스코건설은 영업손실 1771억원을 기록하며 5년 만에 적자전환했다. 순손실 2145억원을 기록하며 역시 적자로 전환했다. 매출은 3조36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실적개선 흐름이 올해 들어 단절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2014년 대규모 부실로 3개 신용평가사(NICE 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로부터 회사채 신용등급이 AA-까지 강등됐다. 올해는 3개 신평사 모두로부터 회사채 신용등급이 A+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당했다.
해외부문 추가 원가발생이 실적부진의 가장 큰 이유다. 6월 브라질 CSP 제철소 프로젝트가 준공시점에 도달했지만 사업이 지연되면서 대규모 추가 원가가 발생했다. 포스코건설은 CSP 제철소에서 1분기 683억, 2분기에는 2073억원의 추가 손실을 부담했다. 매출 축소도 CSP 공사비 정산 과정에서 이뤄졌다.
해외지사의 손실도 컸다. 브라질지사가 상반기 1983억원의 순손실을 겪은 것을 시작으로 ▲베트남 ▲태국 ▲미얀마지사 모두 손실이 일어났다.
재무사정도 악화되고 있다. 올 상반기 포스코건설의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지난해 상반기 마이너스 930억원에서 마이너스 471억원으로 좀 더 유입됐다. 다만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같은 기간 3410억원에서 –3508억원으로 전환됐다. 생산설비, 부동산 등 미래 수익원에 대한 씀씀이를 줄이고 있지만 경영실적이 악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금창출력이 악화되는 상황이다. 신규 투자여력도 부족하다.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971억원에서 마이너스 2091억원으로 전환되면서 추가 자금조달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실적악화는 포스코건설의 장기 재무상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신평사 관계자는 “해외사업 부실현장 정상화, 주택시장 경기 호황이 건설사 회사채 신용등급 상향의 주된 이유”라 했다. 그러나 포스코건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이번 포스코건설의 해외현장 적자발생이 향후 신용등급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자금조달 비용 증가로 연결돼 투자자금 조달에도 영향을 준다.
◇ 한찬건 사장, 리더십으로 위기 돌파하나
전임 황태현 사장의 뒤를 이어 한찬건 사장이 2월 포스코건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4%, 94% 줄어들며 실적이 부진했던 게 사장 교체의 이유다.
한찬건 사장이 포스코건설 대표로 선임된 것에 업계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가 건설사 임원의 필수요소로 꼽히는 정통 ‘건설맨’이 아닌 정통 ‘상사맨’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포스코건설이 해외사업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해외영업 능력을 보고 한찬건 사장을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부진한 해외부문 실적과 정치적 외풍은 한찬건 사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한 사장 취임 이후 수주실적이 조금씩 성과를 보이는 상황이다. 포스코건설은 11월 들어 총 공사비 755억원 규모의 ‘은성 광진 태양광발전사업’ 을 수주했다. 대주주인 PIF와 협력해 현지 합작법인인 팩사(PECSA)가 사우디 메디나시 인근에 건립하는 9억 달러(한화 약 1조원) 규모의 호텔 공사를 수주하며 실적개선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적 의혹, 실적부진이 한찬건 사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실적부진이 전임 사장시절의 대규모 부실을 털어내는 과정의 일환이었다는 분석도 있다"며 "하반기 실적개선 여부가 한찬건 사장의 리더십을 가늠하는 잣대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