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롯데·한화·코오롱 등 첨단소재 개발에 박차

LG화학이 생산중인 ABS 제품. / 사진=LG화학

 

석유화학 업계가 고부가 제품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범용 제품으로는 중국 등 후발 주자들의 저가 공세를 막아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정부가 구조조정을 강조하며 고부가가치 제품 투자를 독려하는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LG화학은 최근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구조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LG화학은 고부가 제품 확대에 필요한 기초원료를 확보하기 위해 납사분해시설(NCC) 증설에 나서는 한편, 공급과잉인 폴리스틸렌(PS) 제품라인을 고부가 고기능성 합성수지(ABS) 생산설비로 전환한다고 지난달 밝혔다.

2019년까지 충남 서산 대산공장에 2870억원을 투자해 NCC공장의 에틸렌 23만톤을 증설할 계획이다. NCC는 원유를 분별 증류해 나온 납사(Naphtha)를 들여와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가 되는 에틸렌,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증설이 완료되면 LG화학 대산공장의 에틸렌 생산량은 기존 104만톤에서 127만톤으로 증가, 세계 NCC 단일공장 중 최대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LG화학은 또 다른 사업구조 고도화의 일환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여수공장 내 PS 생산라인 2개 중 1개 라인을 고부가 제품인 ABS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ABS는 대표적인 고부가 제품 중 하나로 내열성과 내충격성, 가공성이 뛰어나 자동차 및 가전, IT소재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생산라인 전환이 완료되면 LG화학의 PS 국내 생산량은 연간 10만톤에서 5만톤 규모로 축소되며, ABS 국내 생산량은 연간 85만톤에서 88만톤으로 증가한다. 아울러 LG화학은 메탈로센계 폴리올레핀(PO), 고기능 ABS 및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친환경 합성고무 등 고부가 제품 매출을 현재 3조원 규모에서 2020년 7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지난 7일에는 2018년말까지 1억달러를 투자해 중국 화남 ABS공장(광동성 혜주시 위치) 15만톤 증설에 나선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지난 2008년 중국 국영 석유·천연가스 기업인 중국해양석유총공사와 합자회사를 설립해 현재 ABS 15만톤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번 15만톤 추가증설로 화남 ABS공장은 총 30만톤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2018년 화남 ABS공장의 30만톤과 더불어, 국내 여수공장 90만톤, 중국 닝보공장(LG용싱) 80만톤 등 국내외 총 200만톤의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이를 통해 세계시장 점유율은 현재 21%에서 26%까지 대폭 상승하는 등 세계 1위 지위를 더욱 확고히 하게 될 전망이다.

한화케미칼은 폴리염화비닐(PVC)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범용제품 생산 위주에서 고부가 CPVC(염소화 PVC) 등의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CPVC는 압력, 부식에 견디는 성질이 우수해 산업용 특수배관 원료로 사용되고, 범용제품보다 가격도 2배가량 비싸다. 현재 울산에 3만톤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고, 내년 초 상업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기존 PVC에 접착성을 향상 시킨 고기능 PVC인 코폴리머(CP)와 테르폴리머(TP)의 연간 생산능력도 1만8000톤에서 3만톤으로 늘렸다. CP와 TP는 잉크 코팅, 접착 가공 등 특수 용도로 주로 사용된다. 여기 최근 석탄 국제가격이 급등한 것도 한화케미칼 PVC 사업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롯데케미칼도 삼성그룹 화학 계열사 인수 완료와 함께 고부가 제품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주력하는 합성수지(PE/PP)와 화섬원료(MEG/PTA)는 범용 제품으로 기술 장벽이 낮아 타 업체들의 시장 진입이 쉽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고기능성 첨단화학 소재 원료인 C5(혼합펜탄) 모노머의 분리시설을 지난해부터 전라남도 여수 산업단지에 짓고 있다. 총투자비는 1400억원이며, 연간 10만톤의 C5관련 제품을 올 하반기부터 생산할 예정이다. C5 모노머 분리사업은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인 납사 분해과정에서 발생되는 부산물 C5를 고부가가치화하는 것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개발한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 / 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8월 세계 최초로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 양산을 확정하고 경북 구미공장에 생산설비를 구축하기로 했다. 약 900억원을 투자해 1개 생산라인을 먼저 만들고, 시장 상황을 고려해 2·3라인을 증설할 방침이다.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CPI)은 유리처럼 투명하고 강도가 세면서도 수십만 번 접어도 흠집이 나지 않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핵심소재다. 차세대 폴더블(Foldable) 스마트폰, 둘둘 말수 있는 롤러블(Rollable) 디스플레이, 가볍고 얇아 벽에 탈부착이 가능한 월(Wall)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디스플레이 소재에 적용이 가능하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관련 제품 판매로 연간 2000억원의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수소연료전지 핵심부품인 막전극접합체(MEA)기술을 미국 고어사로부터 도입하고,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MEA 양산기술 개발에 나선다고 밝히기도 했다. MEA는 수소연료전지 중 수소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고분자전해질막 연료전지의 핵심 기술로, 수소연료전지에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수소연료전지 소재를 회사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2006년부터 꾸준히 연구해왔다. 지난 2013년에는 국내 자동차 업체와 공동개발을 통해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의 주요 부품인 수소연료전지용 수분제어 장치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MEA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삼성SDI로부터 MEA 관련 연구 설비 및 핵심 특허를 매입하는 등 국내외를 구분하지 않고 필요한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수준이 낮은 범용제품으로는 중국 등 후발주자들과의 가격 싸움에서 이기기가 힘들다”며 “결국 수익을 내기 위해선 기술 수준이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는 수 밖에 없다. 앞으로도 석화 업체들은 고부가가 가치 제품 개발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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