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자 느는데 제자리 세율로 소득불평등 심화…여당 일부도 야당에 동조해 인상안 통과 가능성 높아

국회가 향후 5년 간 11조원의 세수 확보가 가능한 소득세율 인상 방안을 논의한다. 최근 5년새 총급여 3억원을 초과하는 근로소득자가 2배 늘어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득세 인상이 고령화·저출산 시대를 대비한 효과적인 재정확보 수단이라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여당 일부에서도 고소득자 세율 인상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실현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14일 국회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는 현행 소득세 최고세율(38%)을 41~50%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현재까지 국회에 접수된 4건의 소득세율 인상 개정안은 모두 최저세율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과세표준 3~10억원의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거둬들이는 방안이다.

소득세율 인상에 대한 찬반 의견은 팽팽하다. 찬성 측은 고소득자의 소득 수준이 대폭 향상되고 있지만 소득세 과세표준이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올해 7월 박명호 한국외국어대 교수가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득 상위 1%의 소득집중도는 2007년 11.08%에서 2012년 11.66%로, 상위 0.1%의 경우 2007년 3.93%에서 2012년 4.13%로 상승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9월 발표한 세계 상위 소득 데이터베이스(The World Top Income Database·WTID)와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서도, 2012년 기준 한국의 상위 10% 소득집중도는 44.9%로 집계돼 미국(47.8%) 다음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소득집중도는 소득 상위권 구간에 속한 사람들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산출해 경제 내 소득불평등 정도를 판단하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소득분배가 불평하다는 의미다.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는 고소득자들의 소득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는 원인의 하나로 소득세 누진도 약화를 꼽았다. 즉 고소득 과세표준 구간의 세율이 높아져야 소득분배 불평등이 해결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득 상위 20% 계층과 소득 하위 20% 계층 간의 소득격차를 나타내는 소득 5분위배율 또한 2006년 5.38 수준에서 2014년 5.41로 높아지는 등 소득분배구조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서도 낮은 소득세율을 갖고 있는 점 또한 찬성 측의 주장을 뒷받침 한다. 미국(39.6%), 일본(45%), 영국(45%), 네덜란드(52%) 등 주요 선진국들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한국(38%)보다 1~7%포인트 높다.

또한 소득세가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재정확보 수단으로 가장 적합하다는 주장도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언주 더민주 의원안(과표 3억원 초과 최고세율 45%)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대 11조1181억원의 세수가 더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다.

정세은 충남대학교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이 심해졌다. 5년에 11조원의 세수면 우리 GDP에 0.1%에 불과하다.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이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일각에서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가 강화돼 세 부담이 너무 과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4일 ‘부자증세 세부담 누진에 대한 검토’ 보도자료에서 “2014년을 기준으로 종합소득 고소득자(과세표준 3억원 초과자)의 실효세율은 30.2%로 과세표준 3억원 이하 소득자 실효세율 10.1%의 3배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고소득자에게 세부담이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면서 “소득세 최고세율을 3%포인트 인상할 경우, 지방소득세와 건강보험료, 국민연금보험료 등의 사회보장기여금까지 고려하면 3억원 초과 소득분에 대해서는 절반(48.9%)을 세금(명목 세부담)으로 납부해야 한다”며 소득세 최고세율을 인상이 고소득자에게 세 부담을 가중시켜 경제활동 의욕과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당 일부도 소득세 최고 세율 인상에 긍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 조경태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최근 “소득이 높은 고소득자에 대해서는 45% 정도로 조정해도 큰 무리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힌 바 있다. 소득세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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