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매각만으로 '민영화 성공' 장담 못해…행장 선임·전략적 의사결정서 정부 완전히 손떼야

전문가들은 우리은행(행장 이광구) 과점주주가 추천하는 사외이사 영향력도 결국 정부 결정에 달렸다고 14일 밝혔다. / 사진=뉴스1

전문가들은 우리은행 과점주주가 선정됐다고 해서 완전히 민영화가 된 것이라고 보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과점주주가 추천하는 사외이사 영향력도 결국 정부 결정에 달렸다는 의견이다. 예금보험공사가 우리은행의 단일 최대주주다. 다만 사외이사가 과점주주로 꾸려지는 만큼 정부가 우리은행을 정책금융으로 이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지난 13일 우리은행 지분 인수 최종 낙찰자 7개사를 선정했다. 동양생명, 미래에셋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IMM PE 등 7곳이다. 과점주주 7개사에 매각하는 최종 낙찰 물량은 29.7%다.

금융당국은 "실질적인 민영화를 달성했다. 이번에 매각하는 과점주주 지분 합계 29.7%는 예금보험공사의 잔여지분 21.4%를 훨씬 넘는다"며 "예보는 매각을 종결하는 대로 예보와 우리은행 간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을 즉시 해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동양생명,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IMM PE 등 5개 낙찰기업이 사외이사 추천 의사를 밝혔다. 과점주주가 추천하는 5명의 사외이사는 오는 12월 주총에서 선임될 예정이다. 우리은행의 기존 사외이사는 6명이다. 이중 4명이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당국은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 중심으로 사외이사가 꾸려진다는 입장이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 사외이사들의 임기가 끝나도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 외에 추가로 선임하지 않는다.

연구원들은 이번 지분 매각이 우리은행의 완전한 민영화로 이어질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가 5명 정도 선임돼도 이들이 우리은행 경영을 좌지우지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행장 선임과정에서의 영향력도 크지 않을 것이다. 과점주주가 컨소시엄 형태로 지분 인수에 참여한 것이 아니다. 이들이 이사회에서 같은 목소리로 뭉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정부가 우리은행의 최대주주다. 민영화의 첫단계를 시작했으나 민영화가 완료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다만 김 연구원은 "과점주주 중심으로 사외이사가 꾸려지기에 정부가 예전처럼 우리은행을 정책금융으로 이용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과점주주들은 우리은행의 기업가치 제고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은행과 전략적 투자자인 보험·증권사 간에 지점 네트워크 공유, 방카슈랑스 확대 등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한화생명은 우리은행과 시너지 효과를 위해 투자한 전략적투자자로 분류된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과점주주 중심 이사회 구성에 따라 우리은행이 민간은행 영역으로 되돌려질 수 있고, 자산건전성 우려 등 정부 소유 은행으로서 벌어졌던 경영 비효율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만 추천 사외이사의 임기 만료 후 연임 보장이 구체화돼 있지 않다. 사외 이사 추천 과점주주 중 예보가 주요 주주인 보험사와 PE 추천 사외이사의 경우 예보 영향력에서 자유롭기 어렵다"고 말했다. 예보는 한화생명의 지분 15.25%를 가지고 있다.

이어 "앞으로 행장 등 경영진 선임과 전략적 의사 결정 등에서 전폭적으로 과점주주들에게 권한을 주고 이양하는 모습을 보여야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시장 신뢰가 확보될 것"이라며 "예보가 나머지 지분 21%를 조속히 추가 매각해야 진정한 민영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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