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자립마을 사업 참여 단지 증가세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이수브라운아파트 거주민 조문하(79)씨는 종종 관리소를 찾아가 아파트 규약집을 들여다보곤 한다. 그는 집에 태양광모듈 260와트(W)를 설치했다. 그는 모듈을 더 설치하고 싶지만 아파트 규정상 안된다. 이미 베란다 안전창살은 태양광모듈로 차있다.
11일 만난 김선희 이수브라운아파트 관리소장(47)은 "태양광모듈 하나로 모자라다는 주민이 많다"라며 "더 설치하고 싶은데 창문은 한정적이라 어쩔 수 없다"라고 말했다. 제기동 이수브라운아파트에 입주한 299세대 중 172세대가 260와트 태양광모듈을 설치했다. 10월 말에도 32세대가 태양광모듈 설치를 신청했다.
서울시는 의욕적으로 에너지자립마을을 추진하고 있다. 2012년 9월부터 마을 주민이 직접 나서 ▲에너지절약 ▲에너지 효율화 ▲에너지 생산에 참여하는 에너지자립마을을 육성중이다. 서울시는 11일 에너지자립마을 55군데를 100군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1일 맺은 업무협약식에서 "서울시는 에너지자립마을사업을 통해 500만㎾를 자체적으로 해결했다"라며 "이는 원자력발전소 2기에 해당되는 양"이라고 자평했다.
서울시는 마을공동체 지원사업 일환으로 주민이 스스로 에너지자립에 나서는 마을을 지원한다. 에너지자립마을에 선정되면 1000만원 이내 보조금을 지급받고, 에너지 자립에 필요한 교육과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제기동 이수브라운아파트는 2015년에 '에너지자립마을'로 선정됐다. 주민이 스스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세대 내 백열등을 LED(발광 다이오드)로 교체해 나가고 있다. 이에 이 아파트 단지는 2015년 하절기와 동절기, 2016년 하절기까지 에너지자립마을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김 소장은 "개별 가구로 따졌을때 전기료는 많아야 1만원이 깎이지만 아파트로 보면 달라진다"라며 "아파트 전체 전기량 누진율을 낮출 수 있어 관리비 절감효과를 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도봉구 방학3동 대원그린빌아파트도 전체 220세대 중 61세대가 태양광모듈을 설치한 에너지자립마을이다. 이 마을은 지하주차장이나 복도센서등에 필요한 전기를 공용 태양광모듈로 충당한다. 전력량계가 거꾸로 돌아가는 마을단지로 수차례 보도되기도 했다. 대원그린빌아파트 관리소장 김혜희씨는 "하루에 8시간동안 햇빛을 쬔다고 가정했을 때, 한달 전기생산량이 62.4㎾다"라며 "이정도 양이면 100㎾씩 단계가 나뉘어 있는 누진단계를 한단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자립마을 사업은 주민들 의식도 바꾸었다. 강성현 대원그린빌아파트 마을발전소장(47)은 "에너지자립마을로 선정되면서 주민들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라며 "가계에 도움된다는 마음에 시작했지만 이제 기후 변화를 생각하고 자식세대에 물려줄 환경을 생각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김선희 제기동 이수브라운아파트 관리자는 "지난 여름 단지내 유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에너지자립마을 그림그리기대회에서는 모든 그림에 태양광모듈이 있었다"라며 "이 아이들은 벌써부터 에너지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고 전했다.
태양광모듈 설치는 크게 어렵지 않다. 가정용으로 많이 설치하는 260와트짜리 태양광모듈은 67만원이다. 이중 절반을 서울시에서 지원하고, 지자체가 지원을 해준다. 한번에 20세대 넘게 계약한다면 또 할인혜택이 있다. 도봉구 기준으로 가구가 지불해야하는 돈은 13만원 내외다.
이수진 서울시 에너지시민협력관은 "에너지자립마을 우수사례가 계속해서 쌓여 간다면 서울내 모든 마을이 에너지자립에 나설거라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에너지자립마을사업은 자발적인 주민 참여에 달려있다. 도봉구 에너지자립마을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은 "우리단지는 참여가 저조하다"라고 말한다. 그는 "에너지자립마을사업 전제는 마을공동체가 얼마나 대화를 많이 하는가다"이라며 "아파트 경관을 해친다는 의견도 있고, 귀찮다는 사람도 있는데 어떻게 이들을 설득하냐는게 문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