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과 자산관리 부문에서 격돌
합종연횡을 통해 덩치를 키운 미래에셋대우(이하 통합사명)와 KB증권이 조직 추스르기를 서두르고 있다. 자기자본 기준 국내 증권사 1위와 3위로 올라선 이들은 대형 투자은행(IB)과 자산관리(WM)를 중심으로 성장을 이끌어내겠다는 공통된 복안을 갖고 있다. 다만 미래에셋대우는 IB와 WM을 융합한 새로운 조직 형태를 내놨고 KB증권은 IB와 상업은행(CB)의 시너지를 낸 CIB 형태로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통합작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간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이 조직 개편에 한창이다. 두 회사는 공통적으로 IB와 WM 부문을 두 축으로 세우고 대표 인선을 마무리했다. 우선 미래에셋대우는 3인 각자 대표체제로 통합 첫 발을 내딛는다.
11일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조웅기 사장과 마득락 사장이 각각 IB와 WM 부문을 총괄하고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수석부회장은 관리부문을 맡으면서 두 조직을 이끈다.
KB증권 역시 각자 대표로 첫 출항을 한다. 현대증권은 이달 1일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를 열어 통합 KB증권의 초대 사장에 윤경은·전병조 대표를 추천했다. 구체적인 사업 분담이 이뤄지진 않았지만 증권업계에선 전 사장이 IB 부문을 맡고 윤 사장이 WM 부문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직 개편은 각 회사의 특징을 극대화한 전략을 추구했다. 미래에셋대우는 투자은행(IB)과 자산관리(WM)를 융합한 신개념 채널인 IWC(Investment Wealth-Management Center)를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IWC는 고객에게 종합금융솔루션을 제공하는 동시에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 등 신성장 동력 분야 투자 활성화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는 자산운용에 강한 미래에셋증권에 IB에 강한 미래에셋대우 역량을 더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또 IB부문은 따로 둬 기업금융(IB1부문)과 프로젝트금융(IB2부문)으로 나눠 전문화한다는 계획이다.
KB증권은 WM과 더불어 CB에 IB를 덧붙인 CIB로 조직을 강화한다. CIB는 대출과 예금, 외환 등의 기업금융상품에서부터 인수합병(M&A), 인수금융 관련자문, 유상증자, 회사채발행, 기업공개(IPO) 등 증권사 서비스가 결합된 종합금융서비스형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골드만삭스, 씨티, 웰스파고 등이 이런 구조로 전환했다.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은 이미 각각 IWC와 CIB 점포 확장에 나서며 경쟁에 돌입했다. 미래에셋대우는 판교테크노밸리에 IWC 제1센터를 세운다. IWC센터는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에 세워질 예정이다. KB증권 역시 판교에 지난 5월 기업금융 특화형 신복합점포 1호라는 이름으로 CIB복합점포인 판교종합금융센터를 개설했다. 뒤이어 중견·중소 기업이 몰려있는 가산디지털단지에 CIB 점포를 열었다. KB증권 역시 KB국민은행, KB금융 등 계열사와 손잡고 전국 거점 지역에 CIB점포를 세운다는 계획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가 대형 IB를 꿈꾸고 있지만 크게는 비슷한 사업전략을 갖고 있어 경쟁이 불붙을 전망이다"며 "두 회사가 차별화를 통해 대형 증권사로 살아남기 위해선 국내를 벗어나 해외에서 어느정도 성과를 낼 수 있는 지를 지켜봐야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