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률차량 '억지 드리프트' 광고로 관심 끌기 성공…지난달 648대 팔려 월평균 판매량 5배 웃돌아

“전륜모델 신형 i30 드리프트는 불가능하다. 말이 안 된다.”

현대자동차 판매량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해치백 i30가 노이즈 마케팅에 힘입어 ‘탈꼴찌’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 9월 내놓은 신형 i30는 출시와 동시에 자동차 업계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현대차가 주행성능 강조를 위해 신형 i30 홍보 영상에 드리프트 장면을 과장해 적극적으로 활용한 탓이다.

드리프트는 후륜구동 차량이 회전구간에서 급가속하면 굴림 바퀴가 옆으로 미끄러지는 현상이다. 이 같은 드리프트는 굴림 바퀴가 앞에 있는 전륜구동 차량에선 불가능하다. 현대차는 드리프트쇼를 열어 검증에 나섰다. 결과는 실패였다. 전륜구동 차량 핸드브레이크를 채우고 운전대를 돌리면서 페달을 밟아 만든 억지 드리프트였다. 

 

드리프트 아닌 드리프트를 선보인 현대차 신형 i30 드리프트쇼. / 사진 = 시사저널e

 


다만 초반 흥행에는 성공하는 모양새다. 드리프트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목이 쏠린 속에 차체 균형, 급가속, 급감속과 같은 주행성능을 입증하는 데는 충분했다. 업계에선 현대차가 드리프트가 불가능한 것을 알면서도 노이즈 마케팅에 나섰다고 분석한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 현대차 대부분 차량 월 판매량이 하락하는 가운데 신형 i30는 눈에 띄는 판매량 증가를 기록했다.

1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차 해치백 신형 i30는 내수 시장에서 648대가 팔렸다. 신형 i30 출시 전인 올해 8월까지 월평균 판매량 133대와 비교해 5배 수준으로 판매량이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70대가 팔린 것과 비교하면 281% 판매량이 늘어났다. 특히 현대차가 지난 9월 신형 i30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두 달간 판매량이 올해 들어 8월까지 판매량의 77%를 차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i30는 프리미엄 퍼모먼스 해치백으로 기존 차량과 비교해 훨씬 향상된 주행성능, 동급 최고 수준 주행 안전성, 합리적 가격 경쟁력 확보 등이 장점”이라며 “드리프트쇼를 통해 주행성능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 i30는 국내 해치백 시장의 선두주자이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해치백을 선호하지 않는 탓에 판매량은 다른 차종과 비교해 미미한 편이었다. i30는 2012년 1만5393대, 2013년 1만409대, 2014년 6644대가 팔리며 지속적인 판매량 하락을 겪어 왔다. 하지만 노이즈 마케팅에 성공하며 사전계약 보름 만에 1000대 판매고를 올리는 등 20~30대 젊은층과 여성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올해 1월~10월까지 현대차 신형 i30 판매량. / 그래픽 = 김태길 미술기자

 


이밖에 해치백 시장 왕좌를 차지했던 폴크스바겐 골프가 배출가스 인증서류 조작으로 국내 시장 판매가 되지 않고 있는 것도 i30에는 호재다. 앞서 골프는 높은 연비와 민첩한 주행성능 등을 앞세워 2005년 국내 시장에 처음 들어온 이래 빠르게 판매 대수를 늘려왔다. 2014년 이후 해치백 최다 판매 모델 타이틀도 폴크스바겐 골프가 가져갔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신형 i30에 불가능한 드리프트를 가져다 붙인 이유도 골프의 주행성능에 맞서는 수준임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면서 “현대차는 신형인 3세대 i30에 2015년 i30와 비교해 최대 출력은 약 19%, 최대 토크는 29%가량 높이는 전략을 구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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