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 아닌 차은택씨 관련 거래내역만 뒤져…은행들 "보여주기식 수사" 비판
최순실 국정논단과 관련해 시중은행 압수수색을 진행한 검찰이 더 이상 은행 쪽에 자료를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검찰이 현재까지 은행에 요청한 자료도 최씨 당사자가 아닌 차은택씨와 그 가족, 관련 법인 거래내역 수준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들은 검찰이 보여주기식 수사를 한 것 아니냐며 비판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검찰이 지난달 31일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씨와 관련한 수사 목적으로 주요은행 8곳(신한·KB국민·KEB하나·우리·NH농협·IBK기업·SC제일·씨티 은행)을 압수수색한 후 더 이상 자료 요청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최씨와 관련 압수수색에서도 최씨 당사자가 아닌 차은택씨와 그 가족, 관련 법인 거래내역만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와 거래를 해온 한 시중은행에서도 검찰은 최씨와 그 딸 정유라씨 자료는 요구하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검찰이 압수수색을 벌인 시간은 저녁 6시 이후였다. 수사관들은 영장 사본을 가지고 와서 차은택씨 관련 거래내역을 요구하고 돌아갔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에 따르면 법원의 제출 명령 또는 법관이 발부한 영장 없이는 금융회사가 특정인의 금융거래 내역을 다른 사람에게 제공할 수 없다.
이에 은행 관계자는 "최 씨 범죄 혐의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3자가 누군가에 대한 은행 거래 내역을 물어볼 수 없다"며 "최 씨를 수사하기 위해 주변 인물들 중 가장 유력한 인물로 차은택을 본 것 같다. 은행들이 검찰 요구대로 차 씨 관련 내용을 전달했겠지만 최 씨에 대한 조사 요청은 아직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최씨가 귀국한 날짜가 30일이다. 당시 최씨는 거래은행에서 수억원을 인출했다고 했다. 검찰은 최 씨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 상황이라 영장이 늦게 나온 것 같다"며 "급한 나머지 최씨 주변 인물을 조사하면 혐의점을 찾기 쉬우리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수 은행 관계자는 검찰이 준비없이 서둘러 은행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이 보여주기식이 아니었냐는 지적을 내놨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저녁에 갑자기 와서 자료 요청만 하고 돌아간 뒤 언론을 통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한 것처럼 나왔다"며 "마치 은행이 최씨와 불법적 거래가 있었다는 식으로 나오고 검찰이 일을 잘하는 것처럼 나왔다. 그런 수준의 압수수색이 아니었다. 은행 입장에선 검찰의 보여주기식 수사가 아니냐는 비난이 나온다"고 전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최씨 관련해 영장만 발부받고 사전 조사없이 계좌 압수수색도 가능했다. 최씨가 귀국 후 자유롭게 은행거래를 할 정도로 검찰이 안이했던 것"이라며 "다만 최근까지 최씨 금융거래 내역을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봐선 최씨 관련 내용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