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현금영수증 의무발급 업종 축소 추진

한 상점에서 점원이 카드로 계산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소득 탈루를 막기 위해 현금영수증 의무발급을 점차 소규모 업종으로 확대하던 정부가 기존 정책에서 선회했다. 매출액이 적은 일부 업종의 현금영수증 발급을 '의무'에서 ‘고객이 원할 경우’로 정책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자영업자의 세원 파악률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지하경제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0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는 일정 규모의 매출액에 미달하는 소규모사업자를 현금영수증 발급 의무업종에서 제외하는 정부안을 곧 심의하게 된다.

2010년 이 제도를 도입할 당시 20개인 의무발행업종은 현재 52개로 확대됐다. 정부는 변호사·회계사 등 고소득 전문직 업종에서 산후조리원, 맞선주선, 의류임대, 피부미용 등 소규모 업종으로 점차 확대시켜 나갔다. 자영업자의 소득탈루를 모두 잡아내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일각에서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으로 소규모사업자들의 납세협력비용과 과태료 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것은 현금영수증 미발행 적발로 인한 과태료(미발행금액의 50%)다. 고소득자의 경우는 부가가치세(10%)와 소득세(38%)를 합치면 이에 상응하는 제재라고 볼 수 있지만 소득이 이들에 비해 훨씬 못 미치는 생계형 자영업자의 경우 50%의 과태로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현금영수증 과잉제재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재판관 3인은 “(자영업자들의) 구체적, 개별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미발급액만을 기준으로 하여 과태료를 부과하여 과잉제재의 소지가 있다”고 반대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현금영수증 의무발급업종 축소가 정부의 세원 양성화 정책에 배치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 OECD 회원국 등 다른 국가에 비하면 지하경제 규모가 크고 자영업자의 세원파악률도 아직 높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2016년 3월말 기준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업종 사업자 59만명 중 38.7%인 22만9000만명만 의무발급대상으로 남을 것이라는 분석이 최근 국회에서 나왔다. 맞선주선 및 결혼상담업 등 일부 업종의 경우 소규모사업자 비중이 상당히 높아, 이들 업종이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업종에서 사실상 제외된다.

현재 국세청은 자영업자들이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면 바로 매출로 인식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의무발급대상업종에서 제외된 자영업자들은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회피하기 위해 해당 매출 건에 대해 소득신고를 회피할 우려마저 제기되고 상황이다.

국회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금영수증 의무발급대상에서 제외되기 위해 매출액을 소규모사업자 매출액 기준 미만으로 낮춰 불성실하게 신고할 유인을 제공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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