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산업 부흥으로 회귀 가능성…신재생에너지 효율 증가도 무시 못해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 사진=뉴스1

 

미국 제45대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가운데 에너지시장에도 큰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소속 클린턴 후보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장한 반면 트럼프는 석유 등 기존 화석연료 산업의 부흥을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민주당과 현 오바마 행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화석연료 소비축소를 추구하며 국제 기후변화대응에 리더십을 발휘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 이후 이러한 기조는 바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소속된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화석연료 산업활성화를 강하게 추구해 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석유소비량, 에너지 순수입량, 원유 및 석유제품 생산량, 천연가스 생산량, 석탄 생산량, 원전 설비용량 및 발전량 등 에너지 공급・소비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세계 1~3위의 위상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이기도 하다.

◇전통 화석연료산업 활성화 꿈꾸는 트럼프

민주당과 공화당은 에너지 대외의존도 축소, 성장 및 고용창출을 위한 에너지산업 육성이라는 대의는 같이하나, 방법론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석유소비 축소, 에너지효율 개선을, 공화당은 국내 석유·가스 생산극대화를 각각의 방법론으로 주장하고 있다.

양당의 에너지 및 기후변화 정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민주당은 2050년까지 2005년 대비 온실가스를 80%까지 감축하겠다는 목표와 파리협정의 감축공약 준수를 공약했다. 또 향후 10년 내 전력의 50%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4년내 태양광 패널 5억개 설치, 미국 전 가정에 신재생에너지 전력 공급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반면 석유·가스 산업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북극·대서양 연안에서의 시추활동을 반대하면서 연방 공공토지에서의 화석연료 채굴은 단계적으로 줄여나간다는 계획이었다.

공화당은 이와는 정반대의 공약을 내세웠다. 민주당이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석유소비 축소, 에너지효율 개선 및 낭비 제거라는 방식을 통해 에너지 대외의존도 축소를 추구한 반면 공화당은 국내 석유・천연가스의 활용 극대화로 에너지독립을 추구하고 있다.

공화당은 민주당의 화석연료 규제에 대해서 고용을 저해한다고 비판해 왔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의 ‘청정전력계획’ 완전 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청정전력계획은 지난해 8월 최종 발표된 ‘기존 화력발전소’에 대한 이산화탄소 배출규제로 현재는 이에 대한 반대소송으로 연방법원의 최종판결 때까지 시행이 중지된 상태다.

또 오바마 행정부에서 무산된 키스톤 XL 파이프라인을 재추진할 것이며, 신재생에너지 지원정책에 대해서는 폐지를 주장해 왔다. 키스톤 프로젝트는 캐나다 앨버타에서 미국 텍사스까지 2000km 길이의 원유 수송관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11월 오바마 대통령은 환경 파괴 등을 이유로 키스톤 프로젝트 추진 법안을 최종 불허했다.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서는 파리협정의 내용을 부인하면서, 상원의 비준 없이는 미국이 감축공약에 구속되지 않으며, 미국이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제공하는 녹색기후기금 등도 당장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5월 노스다코타주 연설에서 처음으로 ‘미국최우선 에너지 계획(AmericaFirst Energy Plan)’이라는 이름으로 에너지정책에 대한 견해를 제시했다.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은 ▲미국 내 화석연료 개발 및 생산 확대를 통한 에너지 독립 ▲에너지・환경에 관한 기존 규제제도 반대 및 철폐로 요약된다.

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의 국내생산을 증대해 국외로부터의 원유수입이 필요 없도록 완전한 에너지 독립을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화석에너지 탐사・개발에 대한 규제를 제거하고, 더 나아가 에너지자원의 원활한 생산을 제약하는 모든 행정규제 철폐를 주장했다.

트럼프는 또 키스톤 XL 파이프라인 건설 허가 신청을 다시 요청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파리협정과 관련해서는 파리협정을 비준하지 않을 것이며, 유럽연합(UN)의 기후변화대응 프로그램에 공여하는 미국 자금지원을 중지할 것이라 밝혔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으로 신재생에너지 및 에너지효율 관련 산업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화석연료 규제 완화 및 미국의 석유·가스 생산 및 소비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이라 신기후체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의 기후정책이나 화석연료 규제 등은 철폐되거나 완화될 전망이다. 다만 청정전력계획 등은 법원의 판결에 따라서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이 비준했고 지난 4일 발효된 파리협정도 트럼프 후보의 집권 시 협정 탈퇴나 감축공약의 불이행 등이 예상된다.

만약 미국이 파리협정을 탈퇴하거나, 감축이행에서 후퇴할 경우 신기후체제의 추진동력은 크게 상실되고 중국, 인도 등 주요 다배출국의 감축의지도 동반 무력화될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미국 내 석유·가스 개발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규제 우려 해소로 석유·가스 생산여건이 양호해짐에 따라 생산량과 소비량 모두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미국 석유소비의 증가는 국제 유가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생산량의 증가규모에 따라서 상승압력은 상쇄될 여지가 있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업체들 타격 불가피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신재생에너지 관련 업체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의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OCI, 한화케미칼, 태양광 셀과 모듈, 발전소 사업을 하는 한화큐셀 등은 트럼프 당선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 9일 대표적인 신재생에너지 종목인 신성솔라에너지(-14.49%), OCI(-15.96%) 동국S&C(-25.64%), 한화케미칼(-12.14%) 등은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 확대에 급락했다.

특히 트럼프는 ITC 등 신재생 에너지에 주는 지원을 향후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 ITC는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해 자가발전에 사용하는 가정용이나 일반용에 투자세액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다만 미국이 올해 예정돼 있던 ITC를 2022년 1월까지로 연장했기에 충격을 대비할 시간적 여유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의 사업을 벌이는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도 트럼프 당선이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태양광 발전을 결부시켜 완벽한 친환경 전기차 및 ESS를 만들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으로 태양광 시장은 다소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당선도 신재생에너지 확산이라는 거대한 흐름은 막을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단가가 크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효율이 증가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신재생에너지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태양광 설치량 중 미국 비중은 15%에 불과 하다”며 “미국 감소를 중국이나 인도로 상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태양광 모듈 가격이 급락하면서 태양광 설치가 확대되고 있다”며 “트럼프 당선과 관련해 태양광 시장에 대해 절망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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