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통상마찰 증가" 목소리…TPP폐기·한미FTA 재협상 전망 엇갈려
도널드 트럼프가 새로운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됨에 따라 향후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수정, 한미FTA 재협상 추진 움직임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컨퍼런스센터에서 연 정책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내건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공화당이 정강 정책에서도 확실하게 트럼프 구호를 반영해 강경한 신고립주의 보호무역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허 원장에 따르면 초안이 공개된 2016년 공화당 정강정책에서 공화당은 TPP를 폐기하고 한미FTA,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을 모두 재협상하고 그동안 미국이 주도해 온 무역·투자 자유화 추이에서 이탈할 것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미국 우선에 더 유리하게 협상된 무역 협의를 추구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역시 지난 7월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 연설에서 집권 시 TPP를 탈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TPP에 대해 미국을 유린하는 협정이고 궁극적으로 중국에 이득을 주는 협정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그러면서 만약 TPP 상대국의 통큰 양보가 없다면 보복관세 부과나 TPP를 파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허 원장은 "트럼프가 집권하면 미국의 TPP 탈퇴는 기정사실로 보인다"며 "이 경우 TPP는 미국이 빠진 11개국의 재협상이나 협상 자체의 폐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트럼프는 또 한미FTA를 NAFTA와 함께 재협상 대상이라는 점을 밝힌 바 있다. 공화당도 정강에서 '미국이 자국에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무역협정에 대해선 적극적 대항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허 원장은 "최근 한미FTA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여론이 비등하다"며 "트럼프가 공언해 왔듯이 한국에 방위비 분담 증액 요구와 한미FTA 개정 협상 압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TPP가 폐기되는 경우 한국은 일본을 포함하는 선진국과의 새로운 경제통합체를 모색하는 동시에 미국발 보호주의 통상압력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또 "한미FTA를 미국 측이 요구할 경우를 대비해 한국 정부는 우리 입장에서 새로운 이익 균형을 맞춘 개정안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반면 최석영 서울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전 주제네바대사)는 "TPP 탈퇴나 NAFTA 재협상 등의 과격한 슬로건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며 "전반적으로 공화당 무역정책 기조로 수렴되는 과정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강도 높은 무역구제조치 시행과 무역 상대국과의 통상마찰 증가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트럼프가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극단적 정책방향이 업계 반발과 의회 조율 과정에서 상당한 마찰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 무역정책이 공화당의 정강 기조에 따라 극단적 반무역적인 성향을 표방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무역역조 해소, 무역구제조치 대응, 환율 및 중국 견제가 강화될 것이고 TPP 등 오바마 정부 통상정책에 대한 검토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 교수는 "전통적으로 무역자유화에 우호적인 공화당 의회가 트럼프 입장에 그대로 동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미 체결된 협정 탈퇴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공화당 내에서도 TPP에 비판적 입장을 가진 의원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어 의회 인준을 위해 협정 수정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신성원 국립외교원 경제통상연구부장은 "트럼프는 외교안보 문제와 무역통상 문제를 동일한 시각에서 보려는 경향이 있다"며 "외교안보와 무역 통상 문제를 동시에 조망하는 종합적 대응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일갈했다.